"찬호도 안 좋았지만 우리 타자들이 잘 친 것이다".
두산 김진욱(52) 감독이 박찬호(39·한화) 공포증을 벗어난 타자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진욱 감독이 이끄는 두산은 지난 7일 대전 한화전에서 5회에만 안타 8개와 볼넷 2개로 대거 8득점하며 10-5로 승리했다. 특히 그동안 두산 킬러로 군림해온 박찬호에게 한국 데뷔 최다 8실점을 안기며 천적 관계를 깨끗하게 청산했다.
8일 대전 한화전을 앞둔 김진욱 감독은 "송재박 타격코치님과 함께 박찬호 공략법을 연구했다. 이것저것 노리는 것보다는 코스를 나눠서 노리는데 집중했다. 바깥쪽 변화구를 잘 공략한 게 맞아떨어졌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이날 두산이 박찬호에게 뽑아낸 안타 중 5개가 우측, 2개가 중앙, 1개가 투수 앞 강습타구였다. 특히 5회 안타 5개는 모두 우측으로 향했다. 박찬호의 공에 이것저것 대처하기보다 하나의 코스를 공략한 게 적중한 것이다.

김진욱 감독은 "찬호의 구위도 많이 떨어져보였다. 원래 변화구가 힘있게 꺾였는데 어제는 밋밋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박찬호는 최고 147km 직구를 던졌지만 대부분 공이 140km대초반에 머물렀고, 상대를 압도할 만한 볼끝 움직임도 떨어졌다.
하지만 결국 실투가 와도 정확하게 받아치는건 타자의 능력이다. 김 감독은 "투수가 실투를 던져도 연타를 치기가 쉽지 않다. 어제 같은 경우 빗맞거나 운 좋은 타구는 없었다. 모두 정타로 제대로 때린 것이다. 찬호도 안 좋았지만 우리 타자들이 잘 친 것"이라며 집중력 과시한 타자들에게 칭찬아끼지 않았다.
박찬호도 "내가 잘 못 던지고, 두산 타자들이 잘 친 것이다. 두산 타자들이 1위를 하려는지 집중력 있게 승부했고, 내가 제대로 던지지 못했다"며 3회 정진호의 타구에 오른쪽 발목을 맞은 것과 심판의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에 대해서도 "투구에 큰 영향이 없었다. 결국 내가 못 던졌다"며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 두산 타자들을 한껏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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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