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46일 만의 승리에도 '미안하다'고 한 이유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8.09 06: 44

전반기 거짓말과 같았던 승리 행진, 그리고 후반기 좀처럼 손에 닿지 않는 승리까지. 롯데 자이언츠 우완 이용훈(35)은 그 누구보다 극적인 한 해를 보내고 있다. 5선발로 시즌을 시작해 잇따라 승리를 거두며 우완 에이스로 떠올랐고, 한 번 구설수에 휘말렸지만 이후 등판에서 더욱 강해진 모습으로 돌아와 팬들의 갈채를 받았다. 전반기 막판 등배근육 부상으로 2군에 다녀온 뒤에는 좀처럼 승리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랬던 이용훈이 팀 타선의 도움으로 오랜만에 승리를 추가했다. 이용훈은 8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LG 트윈스와의 시즌 13차전 경기에 선발로 등판, 5이닝 7피안타(1피홈런) 2볼넷 2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5이닝을 채우는 데 만족해야 했지만 이용훈이 마운드에 있는 동안 롯데 타자들은 6점을 뽑아줬다. 결국 이 점수를 끝까지 지켜내며 롯데가 6-5로 신승을 거뒀다.
이용훈은 이날 승리로 시즌 8승(4패 1홀드 1세이브)째를 수확, 데뷔 최초로 두 자릿수 승리에 한 발자국 다가섰다. 이날 경기까지 91⅓이닝을 소화한 이용훈은 규정이닝에 아웃카운트 2개만을 남겨놓게 됐고, 평균자책점은 2.86으로 조금 높아졌지만 규정이닝을 채웠다고 가정했을 시 전체 4위에 자리하는 빼어난 성적이다.

▲ 몸상태, 아직 정상이 아니다
이날 이용훈의 최고구속은 시속 142km를 기록했다. 시즌 중반 한창 좋을 때 이용훈은 147km까지 찍었지만 최근에는 구속이 떨어졌다. 이에 이용훈은 "결코 체력이 떨어져서 구속이 떨어진 건 아니다"라면서 "등쪽에 담이 왔던 이후로 계속 투구 밸런스가 안 좋다"고 말했다.
이용훈은 마지막으로 승리를 거뒀던 6월 24일 잠실 LG전 이후 조금씩 내리막을 걸었다. 바로 다음 등판이었던 6월 30일 잠실 두산전에선 4회 조기강판됐고, 그날 경기가 끝난 뒤 좌측 등배 근육경직으로 2군에 내려갔다. 이후 1군에 복귀해서도 예전 만큼의 구속은 안 나오고 있다.
덕분에 볼배합도 조금씩 달라졌다. 8일 잠실 LG전에서 이용훈은 75개의 투구수 가운데 포크볼을 24개 던졌다. 반면 직구는 23개만 던져 포크볼보다 적었고 슬라이더 12개, 커브 11개, 투심 패스트볼 5개를 각각 기록했다. 이처럼 이용훈은 직구 구위가 떨어지면서 변화구 위주의 피칭을 하고 있다. 또한 코너워크에 좀 더 신경을 쏟다보니 투구수가 늘어나고 볼넷도 많아졌다.
이에 대해 이용훈은 "지금은 타이밍 싸움을 하면서 투구를 하고 있다. 포크볼을 많이 던진 것도 타이밍을 빼앗기 위해서다. 밸런스가 흐트러진 이후 줄곧 (변화구 비중을 높이는) 이런 투구를 해 왔다"고 설명했다.
▲ 46일만에 승리,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
간만에 맛본 승리였다. 6월 24일 잠실 LG전 이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상대를 만나 46일만에 승리를 거둔 것. 좋은 기억을 갖고 있던 LG를 상대해서 좀 더 편했냐는 질문에 이용훈은 "결코 그렇지 않았다. 그때 LG랑 지금 LG는 다른 팀 같았다. 특히 집중력이 뛰어나서 고전했는데 우리 동료들이 잘 던져줘서 이겼다"고 감사인사를 했다.
특히 이용훈은 거듭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물론 동료들을 향해서 한 말이다. 승리의 소감을 묻자 그는 "이겨서 기쁘다기 보다 선발 투수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을 못해서 부끄럽다. 7이닝 2실점이 그 목표"라면서 "특히 어제(7일) 많은 투수들이 던졌기에 내가 선발로 오래 던져줘야 했는데 내 역할을 다 하지 못해서 미안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제까지 시즌 9승이 역대 최고인 이용훈은 8승을 거두면서 '10승투수' 대열 합류를 노릴 수 있게 됐다. 그렇지만 이용훈은 "10승은 과욕같이 느껴진다. 일단 선발투수로서 내 역할을 다 한 뒤에 이야기를 해야 한다"면서 "아직 나는 10승을 못 해본 투수다. 그렇기에 10승이 목표라고 말하는 건 지나친 표현"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이용훈이 이날 승리로 웃을 수 있었던 건 개인 성적보다는 팀 승리가 동반된 덕분이다. 그는 "계속 팀 분위기가 안 좋았다. 내가 오랜만에 승리를 거둔 건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 팀 분위기에 반전을 가져올 수 있는 승리를 거뒀다는 사실이 기쁘다. 하루빨리 (팀이) 제 모습을 찾아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이용훈은 "다시 한 번 팀 동료들에게 미안하다. 나 때문에 오늘 불펜 투수들이 고생이 많았다. 다음엔 고참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투구를 펼칠 것"이라고 다시 한 번 다짐했다.
cleanupp@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