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쉴 수 없는 강민호, 롯데의 딜레마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8.09 07: 15

"(강)민호야, 오늘은 호텔가면 안 되겠다".
8일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를 앞둔 잠실구장. 롯데 양승호(52) 감독은 강민호를 불러 이날 스타팅으로 출전하게 된 사실을 알리면서 한 마디 던졌다. 전날 강민호는 경기 전 팔꿈치 통증을 호소해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고, 그때 양 감독은 농담으로 "(어차피 나올 일도 없는데) 호텔에 가서 쉬어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3회 선발포수 용덕한이 부상을 당했고, 결국 강민호는 아픈 팔꿈치에도 불구하고 경기에 출전, 연장 11회까지 마스크를 써야했다.
강민호는 현재 몸상태가 정상은 아니다. 8개구단 포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수비이닝을 기록하면서 체력적으로도 많이 지쳤고, 무엇보다 오른 팔꿈치 통증이 문제다. 팔꿈치가 아파 송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올해 도루저지율은 2할8푼4리에 머물고 있다. 허용한 도루의 개수도 54개로 8개구단 포수 가운데 가장 많다.

▲ 쉴 수 없는 강민호, 용덕한 부상까지
하지만 강민호는 쉴 수 없다. 체력안배를 위해 지난 6월 두산으로부터 용덕한을 영입했지만, 7월 이후 방망이 침체로 접전이 계속되자 강민호가 어쩔 수 없이 계속 마스크를 쓰고 있다. 7일 경기에 스타팅으로 나섰던 용덕한은 34일만에 선발 출전한 것이었다.
강민호는 공격에선 제 몫을 하고 있다. 시즌 성적은 타율 할푼리 15홈런 50타점으로 팀 내 홈런과 타점에서 각각 1위와 2위를 지키고 있다. 문제는 수비에서의 모습. 블로킹 미스가 잦아지고 있으며 도루저지율이 떨어져 상대 주자의 표적이 되고 있다. 그래서 양 감독은 "어제(7일) 교체로 들어갈 땐 주자가 나가도 그냥 송구를 하지 말라고 일렀다"고 했다.
실제로 LG는 7일 경기에서 4번 도루를 시도, 모두 성공시켰다. 1회 박용택의 도루는 용덕한이 허용했지만 5회 오지환-박용택의 더블스틸, 11회 윤정우의 도루 모두 강민호가 마스크를 썼을 때 나왔다. 그리고 도루를 허용했던 주자들은 모두 홈을 밟았다. 5회 더블스틸로 2,3루를 밟은 2명의 주자 모두 홈으로 들어와 3-3 동점을 허용했고 연장 11회 윤정우는 끝내기 결승주자가 됐다.
▲ 강민호의 떨어진 도루저지율, 이유는?
강민호의 올해 도루저지율이 올라간 건 전지훈련을 뒤늦게 시작한 게 이유다. 양 감독은 "민호가 캠프 때 몸이 늦게 올라왔다. 괌에서는 공을 제대로 못 만지고 일본으로 건너가서야 본격적으로 공을 갖고 훈련을 했다"면서 "몸이 안 좋아서 저러는 건데 배터리 코치에게 질책할 수도 없다. 선수 본인이 아파서 그런거니 이해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상대 팀에서 강민호, 그리고 롯데의 약점을 십분 활용할 것이 당연하다. 송구에 약점을 드러내는 포수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뛰는 야구를 하면 된다. 이에 양 감독은 "민호 상태가 안 좋은걸 당연히 상대도 알고 있을 것이다. 아예 상대방이 못 뛰게 하려면 투수가 주자를 안 내보내면 된다"며 답답한 심사를 내비쳤다.
백업으로 강민호의 뒤를 받치던 용덕한까지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가며 강민호는 당분간 선발 마스크를 계속 써야할 것으로 보인다. 신인포수 윤여운이 1군에 등록됐지만 아직 선발출전 경험이 단 1경기도 없다. 경기막판 체력안배 차원에서 출전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강민호는 수비 뿐만이 아니라 타석에서도 4번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는 상황이다. 아파도 쉴 틈 없는 강민호에게 올 여름은 더욱 힘겹다.
▲ 결정적인 2연속 도루저지, 연막작전?
경기 전 양 감독은 강민호의 팔꿈치가 아프다는 걸 거듭 강조했다. 게다가 LG는 빠른 발을 가진 선수가 많아 롯데의 약점을 적극 공략할 것이 명약관화했다. 실제로 LG는 2번 도루시도를 했지만 강민호의 정확한 송구에 걸렸다. 4회 2사 1루에서 정의윤이 도루시도를 하는 걸 잡아낸 강민호는 6-5로 쫓긴 8회 무사 1루에서 발 빠른 주자 윤정우까지 잡아냈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강민호는 "사실 어제(7일)는 정말 팔꿈치가 아팠다. 하지만 오늘은 자고 일어났더니 팔꿈치가 많이 좋아졌다. 송구하는 데 크게 불편한 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조건 정확하게 송구하는 것만 신경썼는데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기뻐했다.
그러면서 강민호는 "LG에서 내 약점을 파고들어 도루를 적극적으로 시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렇게 됐기 때문에 도루 저지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했다. 특히 8회 투입된 대주자 윤정우에 대해서는 "무조건 뛴다고 봤다.초구부터 뛰길래 코스만 보고 던졌는데 잡아내서 기쁘다"고 말했다. 통증에도 불구하고 좋은 송구로 팀 승리를 지킨 강민호지만, 결과적으로 양 감독의 말은 연막작전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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