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볼 있어 안 무너진다" 이용찬, 토종 최고 선발 발돋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8.09 10: 40

명실상부한 최고의 토종 선발이다.
두산 6년차 우완투수 이용찬(24)이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 이용찬은 지난 8일 대전 한화전에서 7이닝 6피안타 2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역투하며 시즌 9승(7패)째를 거뒀다. 시즌 평균자책점 2.50으로 브랜든 나이트(넥센·2.47)에 이어 전체 2위. 강력한 포크볼과 힘있는 직구의 조합이 만든 결과다.
▲ 위기 때 쓰는 확실한 무기 포크볼

한화 한대화 감독은 8일 경기 전 이용찬을 의식한듯 "포크볼은 정말 치기 쉽지 않다. 제대로 떨어지면 받아칠 타자가 얼마나 되겠나. 각이 예리한 포크볼은 참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한화 타자들은 이용찬의 포크볼에 참지 못하고 배트를 내밀었다. 그는 이날 직구(41개)보다 많은 포크볼(45개)을 던졌다. 그만큼 포크볼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이용찬은 "확실한 무기가 있으니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위기에서 와르르 무너지는 모습이 없어졌다. 포크볼 효과를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주자있을 때 피안타율이 2할1푼으로 주자없을 때 2할8푼보다 무려 7푼이나 낮다. 고비 때마다 종으로 떨어뜨리는 포크볼로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고, 헛스윙을 이끌어낸다.
그는 "2010년부터 포크볼을 연습했다. 김선우 선배님이 스승"이라며 "그때는 마무리라 포크볼을 실전에 많이 던질 수 없었다. 작년부터 쓰기 시작했는데 들쭉날쭉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많이 던져가며 감을 익혔다. 이제 완성도가 높다. 100% 만족한다"고 말했다. 보통 그립과 조금 다르게 잡는 그의 포크볼은 프로야구 대표 구종으로 떠올랐다.
▲ 강력한 직구가 뒷받침돼 있다
 
이날 이용찬의 피칭을 바로앞에서 주심으로 지켜본 나광남 심판위원은 "포크볼이 순간적으로 떨어진다. 각도 각이지만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게 뛰어나다"면서도 "올해 이용찬의 던지는 날 주심을 맡은 건 처음이다. 개인적으로 포크볼보다 직구 볼끝이 더 인상적이었다. 볼이 쭉쭉 들어올 정도로 볼끝에 힘이 있었다"며 그의 직구를 높이 평가했다.
이날 이용찬의 직구 최고 구속은 147km. 하지만 스피드건에 나타나는 구속 이상으로 볼끝에 힘이 실려 있었다. 이용찬도 이를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요즘 세게 던지려 한다. 안 좋을 때에는 공을 던지는 팔이 뒤에서 나오는데 요즘은 포인트를 앞으로 당겼다. 그렇게 던지다 보니 볼끝이 더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용찬은 2009년 구원왕 출신으로 기본적으로 강속구 투수였다. 선발 전환 후 완급 조절을 위해 볼 스피드가 낮췄지만, 여전히 마음만 먹으면 빠른 공을 뿌릴 수 있다. 종으로 뚝 떨어지는 포크볼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는 것도 강력한 직구의 힘이 뒷받침돼 있기 때문이다. 제구되는 직구와 포크볼 조합은 그를 토종 최고의 선발로 탈바꿈시켰다.
▲ 매경기 목표는 6이닝 3실점 QS
이날로 이용찬은 데뷔 첫 10승에도 1승만 남겨뒀고, 평균자책점은 전체 2위이자 토종 1위로 뛰어올랐다. 이닝도 118⅓이닝으로 전체 5위이자 토종 1위. 하지만 그는 "크게 욕심내지 않겠다. 12승에 평균자책점 3.99가 여전한 목표"라며 "매경기 6이닝 3실점만 하자는 생각으로 오른다"고 말했다. 욕심을 내기보다는 6이닝 3실점 퀄리티 스타트로 선발투수의 최소 임무를 소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 말대로 이용찬은 올해 퀄리티 스타트가 13경기인데 이는 나이트(넥센·18경기)·니퍼트(두산·15경기)·주키치(LG·15경기)·유먼(롯데·14경기)에 이어 류현진(한화·13경기)과 함께 리그 전체 5번째에 해당한다. 토종 투수 중에서는 류현진과 함께 가장 많은 퀄리티 스타트를 작성한 것이다. 퀄리티 스타트 기준을 7이닝 이상 2자책점 이하로 기준을 높여도 8경기로 니퍼트(12경기)-나이트(10경기)-류현진(10경기) 다음이다.
야구계는 내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뽑을 오른손 선발투수가 보이지 않는다고 한숨 짓곤 했다. 하지만 이용찬이 고민을 해결할 조짐이다. 그는 명실상부한 2012년 최고의 토종 오른손 선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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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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