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릭스 버팔로스 4번타자 이대호(30)가 일본 진출 첫 해부터 20홈런 고지를 밟았다.
이대호는 지난 8일 라쿠텐 골든이글스와 원정경기에서 7회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홈런으로 20홈런을 마크했다. 퍼시픽리그 홈런 2위 나카무라 다케야(세이부·16개)와 격차를 4개차로 벌리며 이 부문 1위 굳히기에 들어간 것이다. 양대리그를 통틀어서는 센트럴리그 블라디미르 발렌틴(야쿠르트·26개) 다음이다.
한국인 타자가 일본 진출 첫 해부터 20홈런을 터뜨린 건 2010년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활약한 김태균에 이어 두 번째 기록이다. 김태균은 그해 8월22일 오릭스전에서 투런 홈런을 때리며 개막 114경기 만에 20홈런 고지를 밟았다. 이대호는 개막 후 96경기 만에 20홈런을 때리며 김태균의 기록을 무려 18경기나 앞당겼다.

진출 첫 해에서 전체 활약 기간으로 범위를 넓히면 단연 '아시아 홈런왕' 이승엽이 돋보인다. 이승엽은 2005년 지바 롯데를 시작으로 2006~2007년 요미우리 자이언츠까지 3년 연속 30홈런을 폭발시킨 거포였다. 전설의 재일동포 장훈도 30홈런 이상 터뜨린 게 5시즌이나 되지만 3년 연속 30홈런은 없었다. 한국인 중에는 이승엽이 유일하다.
이승엽은 2005년 지바 롯데에서 83경기 만에 20홈런을 때리며 올해 이대호보다 13경기 먼저 20홈런을 돌파했다. 41홈런으로 최다 홈런을 터뜨린 2006년에는 63경기로 이대호보다 33경기 먼저 20홈런 고지를 밟았다. 2007년에는 페이스가 떨어져 98경기 만에 20홈런을 쳤는데 올해 이대호보다 느렸다. 하지만 당시와 지금은 사용되는 공이 다르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일본야구기구(NPB)는 지난해부터 공인구를 미즈노사 신제품으로 통일했다. 이른바 '날지 않는 공으로' 새 공인구의 가장 큰 특징은 반발력이 낮다는 점. 반발력이 낮은 고무를 공 가운데 코르크를 덮는 소재로 사용했기 때문에 타구의 비거리가 줄었다. 우려대로 최근 2년간 리그 전체가 심각한 홈런 갈증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경기당 홈런 수치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2005년 2.01개, 2006년 1.72개, 2007년 1.69개에 달했던 경기당 평균 홈런 수치는 지난해 평균 1.09개로 떨어지더니 올해는 1.02개로 경기당 겨우 하나 넘기는 수준이다. 이대호는 이승엽에 비교할 때 '저홈런 시대'에서 뛰고 있고, 상대적으로 홈런의 절대 숫자만 보면 페이스가 느리다.
그렇다면 홈런 순위로 볼 때는 어떠할까. 올해 이대호가 96경기에서 20홈런으로 이 부문 1위를 지키고 있지만 2005년 이승엽은 83경기에서 20홈런을 치고도 이 부문 공동 5위에 있었다. 물론 2006년 이승엽은 함부로 범접할 수 없다. 63경기 만에 20홈런을 돌파할 때 그는 당당히 센트럴리그 홈런 1위였다.
이제 다음 목표는 30홈런. 이승엽은 2005년 132경기, 2007년 143경기째 30홈런을 돌파했다. 이대호는 앞으로 48경기가 더 남았다. 물론 2006년 이승엽의 기록은 깨고 싶어도 못 깬다. 그는 2006년 개막 91경기 만에 가장 먼저 30홈런 고지를 밟았다. 그러나 이승엽은 그해 41홈런을 치고도 타이론 우즈(주니치·47개)의 뒷심에 밀리며 아깝게 홈런 2위로 시즌을 마쳐야 했다. 이대호도 시즌 마지막까지 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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