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있으면 너무 진지한 표정에 실소가 나온다. 눈앞에 주어진 황당 복불복이나 말도 안 되는 끼니와 잠자리를 보면서도 그는 뭔가 골똘하게 생각에 잠기는 듯한 얼굴이다. 연구라도 하는 걸까. 진지하고, 또 진지해서 왠지 '믿고 보게 만드는' 이상한(?) 매력을 지닌 '예능 초보' 성시경이다.
KBS 2TV 주말 버라이어티 '해피선데이-1박2일'의 성시경이 조용히 시청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선수' 이수근처럼 빵빵 터지는 몸개그나 재치 입담은 없어도, 그렇다고 김종민의 '어리바리'처럼 강력한 캐릭터를 갖춘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웃기고 은근히 매력있는 그다. 성시경 역시 '1박2일'을 통해 재발견한 스타들 중 한 명이다.
'1박2일' 고정 발탁 전까지 그의 이미지는 '감성 발라더', '버터 왕자', '엄친아' 등과 같은 수식어로 대변됐다. 명문대 출신이라는 학력, 꽤나 거구에다 '범생이'같은 얼굴을 하고 이에 반전되는 감미로운 목소리를 필살기로 가요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종종 거침없는 발언이나 오해 소지를 불러일으키는 에피소드 때문에 '건방지고 재수 없는' 톱 가수라며 쑥덕대는 안티들도 있었다. 그런데 '1박2일'을 통해 그간 정상의 가수로서 짊어지고 있어야 했던 아우라를 내려놓고 (안경을 벗어 민낯을 공개했듯) 가공된 껍질을 벗어 던지자 전혀 예상치 못한 '인간 성시경'이 드러났다. 완전 브레인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허당'이고 봐주기 안쓰러울 정도로 몸치이며 또 문득 문득 여린 마음도 엿보이는 '덜 자란' 소년 같은 느낌이 풍긴다.

성시경은 강호동의 '1박2일' 시절, 시청자투어에 게스트로 참여했다가 제작진과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은 끝에 시즌2 고정 멤버로 전격 발탁됐다. 가끔 음반 홍보차 토크 예능에 출연하는 그를 본 적은 있지만 100% 리얼 버라이어티 '1박2일'에서 머리에 꽃 달고 맨밥 씹어 먹는 그를 볼 수 있을 줄이야. 성시경 역시 함께 발탁된 주원이나 김승우의 경우처럼 시청자들의 반신반의 가운데 '1박2일'에 입성했지만 결과는 기대이상이라는 게 시청자들과 제작진 사이 중론이다.
'1박2일' 한 관계자는 최근 OSEN과 만난 자리에서 "성시경 씨가 합류 초반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나 때문에 안 웃기면 어떡하나', '나 때문에 프로그램이 욕을 먹을까봐 두렵다'며 갈등했다"며 "제작진 입장에서 '그렇지 않다. 잘하고 있다'며 용기를 줬고 이제는 많이 자기 자리를 찾은 듯 보여 뿌듯하다"고 전했다.
성시경에게 맘먹고 웃길 수 있는 재주는 없다. 대놓고 웃길 줄 아는 기술은 도가 튼 예능 선수들 중에서도 극소수만이 가진 축복이다. 노련하지 않아서, 매사 어설프지만 너무도 진지해서, 이 덩치 큰 청년이 뭘 하는 지 궁금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수다 거리가 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지 않을까. 굳이 뭘 만들어내려 하지 않아도 골똘한 그의 표정에서 진심이 스친다. '진심'은 '1박2일'을 사는 멤버가 갖춰야할 기본 조건이기도 하다. 그래서 성시경은 '1박2일' 멤버의 자격을 이미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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