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이하 나는왕')에서 F4를 연상시키는 코믹 조연배우 4인방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외강내유! 조선 최고의 반항아 양녕, 백도빈
드라마 '무신'을 통해 이미 무자비한 독재를 일삼는 최항 역으로 강렬한 매력을 선보인 바 있는 백도빈은 이번 영화에서는 양녕 역을 맡아 생각지도 못한 재미를 선사한다. 매번 당당하고 허세 가득한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결국 주먹 한 방, 아버지 태종(박영규 분)이 발차기 한 번에 맥없이 쓰러지는 양녕(백도빈 분)은 반전매력으로 매 장면 폭소를 자아낸다. 더불어 동생 충녕과 똑닮은 꽃노비 덕칠에게 흠씬 얻어터지고 다리까지 절뚝거리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웃음 뿐 아니라 동정심까지 유발한다.

멍 때리고 굼뜬 발명왕 장영실, 임형준
백성들을 위해 양반댁 곡식창고 털이도 서슴지 않는 황희(백윤식 분) 정승 옆에 껌딱지처럼 붙어 있는 한 남자. 바로 조선 최고의 천재발명가 장영실이다. 샤우기(샤워기), 삽후(샤프), 대포 등 기가 막히는 발명품을 만들지만 매번 황희 정승에게 구박을 받는 모습은 관객들의 웃음보를 자극한다. 황구(김수로 분)-해구(임원희 분) 못지 않은 황희-영실 콤비의 활약에 한 언론매체는 '좀 더 비중이 있었으면 꽤나 재밌을 법한 캐릭터'로 영실을 꼽기도 했다. 많지 않은 분량에도 강한 인상을 남기는 영실은 '가문의 영광' 시리즈를 통해 이미 코믹 연기에 합격점을 받은 배우 임형준이 맡아 한층 힘을 실어줬다.
눈치제로! 생각제로! 근배 윤경호
눈치없이 사사건건 충녕과 해구의 앞 길을 방해하는 덕칠의 노비친구 근배 또한 영화에서 강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누더기 옷을 입고 있는 충녕에게 "세자흉내, 의원흉내, 미역흉내 내지말라"며 구박 3단 콤보를 날리는 것은 물론, 너른 들판에서 충녕의 복이나인으로 분하는 등 예상치 못한 대사들과 행동들로 폭소를 안긴다. 근배 역할은 노비스러운 외모 단 하나로 장규성 감독의 눈에 띈 배우 윤경호가 맡았다. 윤경호는 스크린에는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신인이지만, 연극 '라스트 게임', '달콤한 원나잇'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연기력을 탄탄히 쌓아 온 실력파 연기자다.
어라바리 우유부단 동래현 사또, 이철희
어리바리하고 우유부단한 부산 동래현의 사또는 충녕(주지훈 분)이 죽음의 위기에 처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관객들의 웃음을 자극하는 인물이다. 가느다란 목소리로 완벽한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신인 배우 이철희는 영화 '방자전'의 변사또역을 연상케 하는 인상 깊은 연기로 '제 2의 송새벽'이라는 말을 듣고 있다. 촬영 현장에서 '이게 누구야아~', '뭐하는거야아~' 등 그가 맡은 사또의 말투까지 대유행이 될 만큼 인기 스타였다고 한다.
한편 '나는왕'는 왕이 되기 싫어 궁을 떠난 왕자 충녕(주지훈)이 자신과 꼭 닮은 노비 덕칠이 돼 한번도 겪어 보지 못한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점차 덕과 지혜를 갖춘 군왕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그린다. 영화 '선생 김봉두'와 '여선생 VS 여제자', '이장과 군수'를 통해 편안하고 유쾌하지만 날카로운 화법을 선보이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해온 장규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8일 개봉해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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