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되니 아쉬움이 나올 법하다.
한화 외국인 투수 데니 바티스타(32)가 선발로 완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바티스타는 선발 전환 후 3경기에서 1승1패이지만 평균자책점은 1.77에 불과하다. 20⅓이닝 동안 안타 7개를 맞아 피안타율은 1할6리. 볼넷 3개로 9이닝당 볼넷도 1.33개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 8일 대전 두산전에서는 최다 7⅔이닝을 소화했다.
이날 구심을 맡은 나광남 심판위원은 "왜 마무리로 못 던졌는지 모르겠다. 생각보다 직구 구위는 물론 컨트롤도 정말 좋았다. 슬라이더·커브 뿐만 아니라 투심성 공까지 볼끝이 움직이며 살아들어왔다"며 "6회부터 8회까지 이닝이 지나도 바티스타의 구위는 살아 있었다. 전혀 죽지 않았다. 1회부터 8회까지 힘있는 공을 계속해서 뿌렸다"고 증언했다.

이처럼 바티스타가 이닝이터가 될 수 있었던건 공격적인 피칭으로 투구수 관리가 잘 이뤄졌기 때문이다. 구원으로 나온 24경기와 선발 3경기를 비교해보면 스트라이크 비율(57.9%→67.6%),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55.0%→65.3%), 이닝당 투구수(19.8개→13.5개) 모두 비약적으로 좋아졌다. 스트라이크를 과감하게 꽂아넣은 결과.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건 땅볼의 증가다. 두산전에서 바티스타는 아웃카운트 23개 중 13개가 땅볼이었다. 구원으로 나온 34경기에서는 땅볼-뜬공 비율이 0.85로 뜬공 투수였다. 하지만 선발로 전환한 후 3경기에서 땅볼 27개, 뜬공 15개로 땅볼-뜬공 비율이 1.80에서 나타나듯 전형적인 땅볼 유도형 투수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쯤에서 드는 의문이 하나 있다. 왜 바티스타를 미리 선발로 돌리지 못했을까 하는 점이다. 사실 바티스타는 2007년 이후 전형적인 불펜 투수로 활약했다. 메이저리그 131경기 중 21경기, 마이너리그 254경기 중 113경기를 선발로 나왔지만 2007년 이후에는 메이저리그에서 임시 선발로 한 번 나왔을 뿐 5년을 불펜투수로만 뛰었다.
지난해 마무리로 매우 강력한 모습을 보여줬기에 선발 전환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하지만 한대화 감독은 지난해 8월 팀이 좀처럼 이기는 경기를 만들지 못해 바티스타의 개점 휴업 시간이 길어지자 면담을 통해 선발 전환을 검토했다. 한 감독은 "마무리로 4이닝을 던져도 문제 없었다. 선발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면담을 통해 바티스타가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며 난색을 표했고 그 뒤로 선발 전환은 없던 일이 됐다. 바티스타가 마무리로 잘 해줬고, 한화도 어린 토종 선발 투수들을 키우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년차가 된 바티스타는 마무리로 불안감을 노출했다. 2군에서 선발 수업을 받고 1군에 올라온 후 다시 중간으로 투입됐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박찬호·양훈의 부상 공백을 틈타 우연찮게 선발 자리에 들어갔는데 이게 대박으로 이어졌다. 바티스타 스스로도 놀랍다. 그는 "오랜만에 선발을 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좋다. 확실히 마무리 때보다 부담감이 덜하다. 나도 내가 선발로 어느 정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했다. '선발 스타일'을 본인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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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