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AFP] 10일 열린 한국과 미국의 여자 배구 준결승 경기. 한국의 한유미 선수의 경기 모습. 2012. 8. 10. AFP / KIRILL KUDRYAVTSEV / News 1
최강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았다. 대등한 접전을 펼치며 사상 첫 결승 진출의 꿈을 눈 앞에 뒀지만 세계랭킹 1위의 벽은 높았다. 그러나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의 2012 런던올림픽은 '결승 좌절'이 아니라 '4강 신화'로 기억되어야 옳을 것이다.
김형실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10일(한국시간) 새벽 영국 런던 얼스코트에서 끝난 2012 런던올림픽 여자 배구 준결승전에서 미국에 세트 스코어 0-3(20-25, 22-25, 22-25)으로 패했다.
결승을 앞두고 만난 상대는 세계최강 미국이었다. 국제배구연맹(FIVB) 랭킹 1위이자 조별리그부터 강전까지 6전 전승을 거두며 올라온 미국은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반면 한국은 FIVB 랭킹 15위로 '죽음의 조' B조에서 미국에 1세트를 빼앗으며 가능성을 보인 후 끈질기게 살아남아 4강까지 올라온 '도전자'였다.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미국을 상대로 밀리지 않고 초반부터 팽팽한 접전을 이어갔다. 미국은 우려했던대로 김연경을 집중견제했지만 한송이가 1세트 초반 제 몫을 해주면서 분위기를 끌고왔다. 김연경도 상대의 견제에 아랑곳없이 강한 백어택으로 점수를 보탰다.
그러나 미국은 역시 강했다. 데스티니 후커를 앞세운 강력한 공격은 물론 안정된 수비 조직력으로 한국의 공격을 받아넘기며 흔들림 없이 점수를 쌓아나갔다. 서브리시브를 흔들며 정확한 공격을 퍼부은 미국을 상대로 한국은 필사적으로 추격했으나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패배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고질적인 불안점으로 지적되어왔던 서브리시브의 문제, 어깨가 좋지 않았던 주전 세터 김사니의 선발 기용 문제, 김연경에 대한 공격 의존도 모두 이날 경기 패배의 원인이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서 한국이 보여준 투지와 끈기는 분명 감동적이었다. 무관심과 소외 속에 묵묵히 올림픽 예선을 치르고 일본 1진을 상대로 22연패를 끊어내며 본선에 진출했다. 월드그랑프리로 바로 이어지는 가혹한 일정 속에서도 부상으로 신음하는 주전들을 대신해 백업멤버들이 최선을 다했다. 8강 진출도 장담할 수 없었던 죽음의 조를 뚫고 올라와 강호 이탈리아를 잡고 4강까지 올라왔다.
당초 김연경의 원맨팀이라는 소리를 듣던 한국팀이 여기까지 오리라고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몬트리올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뜻에서 '어게인 1976'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정말 이루어지리라고 기대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만신창이가 되어가면서도 한국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1976 몬트리올올림픽의 기적을 일궜을 때처럼 세계 최강 미국에 끈기와 집념으로 달려들었다.
단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한 완패였지만 박빙의 승부에서 보여준 한국의 노력은 '결승 좌절'에 대한 비난보다 '4강 신화'를 이뤄낸 결과에 대한 칭찬으로 돌아와야 마땅하다. 흡사 처음부터 우리가 그들에게 금메달을 요구했던 것처럼 이제와 비난하기엔 무관심 속에서 소리 없이 싸워온 그들의 땀과 노력이 너무 값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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