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AFP] 10일 열린 한국과 미국의 여자 배구 준결승 경기. 한국의 김연경 선수가 스파이크를 하고 미국의 폴루케 아킨라데우(Foluke Akinradewo) 선수가 블로킹하고 있다. 2012. 8. 10. AFP / KIRILL KUDRYAVTSEV / News 1
눈 앞에 목표는 잘하면 잘할수록 조금씩 상향조정 되어갔다. 죽음의 조에서 살아남는 것이 목표였다가 8강에 진출하니 4강이 욕심났다. 강호 이탈리아를 물리치고 4강에 올랐더니 결승의 꿈이 눈 앞이었다. 그러나 신화는 더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의 4강신화를 이끈 김연경(24, 페네르바체)은 아쉬움에 고개를 떨궜다.
김형실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9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얼스코트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여자 배구 준결승전에서 미국에 세트 스코어 0-3(20-25, 22-25, 22-25)로 완패했다.
상대는 국제배구연맹(FIVB) 랭킹 1위이자 조별리그부터 강전까지 6전 전승을 거두며 올라온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 미국이었다. 2008 베이징올림픽 은메달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정예군단으로 출전한 미국은 흔들림 없는 강함으로 한국을 물리치고 결승에 진출했다.
비록 경기에서는 패했지만 한국은 이번 올림픽 대회에서 또 한 번의 4강 신화를 쓰며 값진 성과를 이뤄냈다. FIVB 랭킹 15위로 '죽음의 조' B조에서 살아남는 것이 목표였던 한국은 미국에 1세트를 빼앗으며 가능성을 보인 후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갖은 고생 끝에 4강까지 올라온 '도전자' 한국의 중심에는 '월드스타' 김연경이 있었다.
김연경은 이날 경기에서 미국의 집중 견제를 받았다. 예상했던 일이었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김연경을 중심으로 한 한국에 한 세트를 빼앗겼던 미국은 월등한 신체조건과 김연경에 대한 집중 견제를 바탕으로 한국을 흔들었다.
그러나 '월드스타'는 달랐다. 견제를 뚫고서도 홀로 20득점을 올리며 팀 내 최다득점자에 이름을 올렸다. 서브에이스도 2개나 올렸다. 양 팀 합쳐 최다득점자인 데스티니 후커(24득점)보다 겨우 4점을 덜 뽑았을 뿐이었다.
올림픽 예선 때부터 한국은 '김연경의 원맨팀'이라는 소리를 들어왔다. '배구계의 메시'라고 불릴 정도로 압도적인 공격력을 자랑하는 김연경은 전력 면에서 부족함이 많았던 한국이 세계 무대의 꿈을 꿀 수 있는 비장의 카드이자 버팀목이었다.
만화에서 나올 법한, 중하위권 팀의 독보적 에이스라는 자리는 외로울 수밖에 없었다. 김연경은 이번 본선에서 홀로 185점을 터뜨리며 데스티니 후커와 예카테리나 가모바(러시아)를 따돌리고 최다득점자 1위를 달리고 있다. 김연경에게 공격이 집중된 만큼 견제도 심했지만 유럽 무대를 제패한 월드스타는 아랑곳 없었다.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제몫을 다했다. 리시브가 불안한 한국의 후위에서 몸을 날려 상대의 서브를 받아냈고 디그도 해냈다.
2008 베이징올림픽 당시 부상으로 벤치에 머물렀던 김연경은 팀이 본선에 진출하지 못하고 예선에서 탈락하는 모습을 그저 지켜봐야만 했다. 다시는 되풀이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었다. 팀을 위해 뛰고 싶다, 동료들과 함께 더 높은 곳으로 가고 싶다는 김연경의 집념은 세계 최강 미국을 상대로도 끈질기게 발휘됐다. 무너질듯 무너지지 않는 한국의 집념 뒤에는 김연경의 악착같은 플레이와 동료들을 향한 파이팅이 있었다.
그랬기에 김연경으로서는 패배가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다. 팀과 함께 일궈내고 싶었던 정상의 꿈이 눈 앞에서 좌절된 것은 분명히 아쉬운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김연경은 3세트, 다시 한 번 리시브가 무너지며 미국에 득점을 내준 순간 자기도 모르게 발을 굴렀다. 펄쩍 뛰었다.
하지만 김연경은 월드스타답게 금세 자신을 추스렸다. 미국전은 패배로 끝났지만 4강 신화의 마지막을 장식할 3-4위전이 남았기 때문이었다. 동메달을 두고 펼쳐질 마지막 승부를 위해 돌아선 김연경의 어깨는 여전히 무겁다.
costball@osen.co.kr

FIVB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