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들이 의지하는 양의지, 두산 상승세의 원동력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8.10 11: 11

두산 투수들이 포수 양의지(25)를 의지하고 있다. 팀은 더욱 끈끈하게 변모하고 있다.
두산은 후반기 15경기에서 11승4패로 리그 전체 1위의 성적을 내고 있다. 1위 삼성에도 1.5경기차 2위로 바짝 뒤쫓으며 위협 중이다. 그 중심에 바로 '안방마님' 양의지가 있다. 그는 후반기 팀 평균자책점 2위(3.13)로 두산 마운드를 이끌고 있는 원천이다.
두산 투수들은 요즘 "양의지의 볼 배합대로 믿고 던졌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투수가 포수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건 의례적으로 비쳐질 수 있다. 하지만 두산 투수들은 그 표현을 아주 격하게 한다. 이용찬은 "의지형이 시키는 대로 다했다. 무조건 의지형 리드대로 따랐다"고 했고, 노경은도 "의지의 볼 배합을 믿고 따를 뿐이다. 90% 이상 의지의 사인대로 따라가는데 늘 결과가 좋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두산 김진욱 감독도 양의지의 성장을 칭찬하고 나섰다. 김 감독은 "의지가 포수로서 여유가 생기고 볼 배합이 많이 좋아졌다. 우리 투수들도 이제는 의지를 믿고, 여러 가지 물어보는 모습이 많아졌다. 이제는 의지가 스스로 볼 배합을 주도하고 있는데 그런 부분이 포수로서 중요한 부분이다"며 양의지의 적극적인 자기 주도와 볼 배합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지난 9일 대전 한화전에서도 양의지의 힘이 돋보인 한 판이었다. 노경은은 이날 7회 2사까지 안타를 하나도 맞지 않으면서 노히트 행진을 이어가고 있었다. 3회 연속 볼넷과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줬지만 안타는 없었다. 노히트노런 기록이 성립되는 아니지만 의식되지 않을 수 없었다. 노경은은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평소처럼 공을 바로 바로 던질 수 없었다"며 노히트를 의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의 의식을 일깨운 게 양의지였다. 그는 노경은에게 "차라리 빨리 안타 하나를 맞고 가자"며 노경은의 노히트 부담을 덜어주고 7회 2사까지 잘 이끌어올 수 있었다. 포수로서 투수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고, 마음 편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는 쪽으로 유도한 것이다. 비록 노경은은 첫 안타를 맞은 뒤 2실점했지만, 이미 투구수가 100개를 넘어 힘이 떨어진 다음이었다.
양의지는 전형적인 공격형 포수였다. 2010년 신인왕을 받을 때에도 신인 최초 20홈런으로 차지한 것이었고, 지난해에는 4홈런에 그쳤지만 규정타석으로 3할(0.301) 타율을 쳤다. 하지만 올해는 타격 뿐만 아니라 수비와 인사이드워크에서도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두산이 후반기 들어 상승세를 타고, 진정한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것도 투수들을 의지하게 만드는 그의 주도적인 볼 배합에서 비롯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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