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런던올림픽에서 '숙명의 라이벌'로 재탄생하게 됐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나란히 4강 신화를 써내려간 남자 축구대표팀과 여자 배구대표팀이 아이러니컬하게도 3-4위 결정전에서 일본과 맞붙게 됐다. 신이 일부러 대진표를 짜두기라도 한 듯 절묘한 대결이다.
한일전을 먼저 확정지은 쪽은 남자 축구대표팀이다. 준결승서 브라질에 0-3으로 패한 한국은 멕시코에 1-3으로 패한 일본이 동메달을 걸고 오는 11일(한국시간) 오전 3시 45분 카디프의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격돌한다.


각자 이번 올림픽에 건 기대가 컸던 만큼, 최종전이 될 이번 경기에서 결코 상대에 질 수 없다는 각오다. 역사적, 사회적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일전' 특유의 분위기도 양 국의 경쟁 관계에 불을 지피고 있다.
남자 축구에서 역대 한일전 전적은 75전 40승 22무 13패로 한국의 우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올림픽팀 간의 맞대결은 12전 4승 4무 4패로 호각세다. 오히려 최근 5경기 상대전적은 3무2패로 열세에 놓여있는 상황이고 홍명보호로 국한시키면 2009년 12월 창원서 한 차례 대결해 1-2로 패했다. 상대 전적 균형을 깨고 최근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승리가 필요하다.
여자 배구 역시 '숙적' 일본과 다시 만나게 됐다. 10일 미국과 준결승전에서 아쉽게 세트스코어 0-3으로 완패한 한국은 같은 날 브라질에 패한 일본과 11일 저녁 7시 반 동메달을 걸고 맞붙는다.
한국과 일본은 이미 지난 5월 올림픽 예선전을 통해 한 차례 맞붙었던 경험이 있다. 당시 한국은 상대전적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던 일본 1진을 상대로 '주포' 김연경과 교체 멤버 김희진의 깜짝 활약에 힘입어 승리를 따내고 본선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던 좋은 기억이 있다.
일본 1진을 상대로 22연패를 끊어냈다는 점도 한국의 의욕을 고취시킨다. 누구보다 일본 배구를 잘 알고 있는 김연경은 "8강전부터 일본을 기다렸다.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의지도 강하다"며 일본전 필승을 다짐했고 김형실 감독 역시 "자존심 대결"이라며 반드시 일본을 꺾고 동메달을 가져오겠다는 각오를 굳혔다.
역대 올림픽 사상 최고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남자 축구와 구기종목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겼던 1976 몬트리올올림픽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하는 여자 배구. 두 팀이 숙명의 라이벌 일본을 꺾고 동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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