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 ‘유령’, 한국형 수사물 새 장 열었다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2.08.10 07: 25

SBS 수목드라마 ‘유령’이 한국형 수사물의 새 장을 열면서 지난 9일 20회를 끝으로 안방극장을 떠났다.
거대 권력이 휘두르는 부조리 속에 사이버수사대의 활약을 그렸던 ‘유령’은 수사물은 시청률이 낮다는 통례를 깨고 비교적 높은 시청률로 종영했다. 10일 시청률조사회사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9일 방송된 마지막 회는 전국 기준 12.2%를 기록했다.
이 드라마는 장르 드라마인데다가 매회 반전에 반전이 꼬리를 무면서 새 시청자를 흡수하기 힘든 구조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첫 방송에서 지상파 3사 꼴찌로 출발한 ‘유령’은 흥미로운 전개로 새로운 시청자로 하여금 처음부터 보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게 만들었다.
이 드라마는 연예인 성상납, 민간인 사찰, 디도스 공격, 사이버 해킹 등 사회적인 이슈를 전면에 내세웠다.
보통의 드라마가 관심몰이 차원에서 사회적인 이슈를 1~2회 다루지만 ‘유령’은 방송 내내 우리에게 있을 법한 일들을 쉴 새 없이 쏟아냈다.
‘유령’의 불편한 진실 꼬집기는 안방극장에 이 같은 일들이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으며, 나 역시 아무 이유 없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로 받아들여지면서 시청자들의 감정이입을 도왔다.
극중 정보로 세상을 움켜쥔 조현민(엄기준 분)이 휘두르는 권력의 씁쓸한 단상은 사회적인 약자인 보통의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하는 동시에 정보 권력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켰다.
사람을 죽이는 죄를 짓고도 정보를 독점한 덕에 그 어떤 처벌도 받지 않는 거대 권력자의 행태는 마지막 회까지 시청자들을 분노하게 했다. 조현민은 수사기관의 엄중한 처벌로 몰락한 것이 아니라 박기영(소지섭 분)이 공개한 정보로 인해 압박을 받았고 끝내 자멸의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마지막까지 권력자 하나 없어진다고 해서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는 쓴맛 진동하는 현실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의 성토를 이끌어냈다.
수사물이 자칫 마니아 드라마로 전락할 수 있지만 ‘유령’은 이렇듯 시청자를 끌어안을 수 있는 요소를 적절히 배치시켜 인기 드라마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는 반전 코드를 하나의 이야기 전개 방식으로 만든 김은희 작가의 필력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유발하게 한 연출의 장본인 김형식 PD의 힘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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