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머니’ 신예 래퍼 4人, 편견에 反하다 [인터뷰]
OSEN 임영진 기자
발행 2012.08.10 09: 07

엉덩이까지 내려 입은 힙합 바지, 치렁치렁한 금목걸이, 삐딱하게 쓴 야구모자. 힙합을 한다는 이들에 대한 인상이다. 의자에 앉을 때는 최대한 끝에 걸터 앉아야 한다거나 열 손가락 빼곡하게 볼드한 반지를 착용한다거나 하는 불문율 같은 것들도 힙합퍼들을 위한 수식어로 존재한다.
랩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 엠넷 ‘쇼미더머니’가 파이널을 앞두고 있다. 결승에 오른 최후의 4인은 김정훈, 김태균, 권혁우, 서성조. 사채업 사무실에서 근무하다 래퍼의 꿈을 버리지 못해 컴백한 서성조와 가수 데뷔 직전 기획사와의 계약 해지를 경험한 권혁우, 24세 의경으로 복무 중인 김정훈, 언더 힙합신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는 김태균은 입을 모아 말했다. “래퍼를 향한 사람들의 편견이 있지만 우리는 랩이 하고 싶고, 음악이 하고 싶다”고 말이다.
# 편견1. 영어 없으면 랩을 못한다?

“소리질러”보다 “스크림(Scream)”이, “손 머리 위로”보다 “풋 유어 핸즈 업(Put Your Hands Up)”이 익숙하다. 우리 말보다는 영어로 추임새를 넣을 때 자연스럽게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피스”를 외치며 무대를 떠나는 래퍼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우리 말 못하나?’
“저는 하고 싶어도 못해요.” 김정훈이 짧은 머리를 머쓱한 듯 부비며 말했다. 그는 “하고 싶은 말이 많잖아요. 특별히 내 의도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영어라면 사용할 거예요”라고 말했다. 권혁우는 “영어 발음이 유하게 들리는 것 때문이 아닐까요?”라며 “우리 말로는 못내는 느낌이 있잖아요. 그런 부분 때문에 영어를 사용하는 거겠죠”라고 설명했다.
이 질문에 가장 명쾌한 답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김태균이었다. 중고등학교를 모두 미국에서 나온 김태균은 스스로 “우리 말도 영어도 어중간하게 못하는 수준”이라고 몸을 낮췄다.
“저는 랩이 편하게 들리라고 영어를 써요. 힙합을 하는 태도라는 것이 있는데 진실되게 자기 이야기를 해야 해요. 그러면 자연히 자기가 사용하는 언어를 써야 하겠죠. 한국어 밖에 모르는데 영어 랩을 하면 이상해요. 그런데 저 같은 경우는 외국에서 오래 살다와서 한국어, 영어를 둘 다 쓰거든요. 둘 다 완벽한 게 아니라 둘 다 불안정해요. 그래서 저는 한국어하고 영어를 섞어서 쓰는 편이에요. 멋있어서 또는 편해서 영어를 쓴다기 보다 내 생각을 가장 진실되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김태균)
# 편견2. 힙합하는 사람은 건방지다?
인터뷰에 가기 전 속으로 다짐했다. 말도 안 되는 불성실한 태도를 보인다면 용감하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겠다고 말이다. 큼직한 야구 모자를 비스듬히 쓴 네 래퍼들은 조금 전 다짐이 무색할 만큼 바른 모습이었다. 지인에게는 짓궂은 장난을 치면서도 타인에게는 말 한마디까지 조심했다. ‘쨍그랑’ 또 하나의 편견이 깨졌다.
“제가 만난 래퍼 중에 거칠고 건방진 사람은 없었어요. 정말 편견인데 방송하는 분들이 그런 편견을 가지고 계신 거 같아요. 힙합 태도로 설명할 수 있는데 자신감이에요. 자신이 노력한 것에 대한 자신감.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에 겸손하지 않은 사람이 없죠. 자신감과 겸손, 두 가지 모두 가지고 있는데 색안경을 끼고 사람들이 보는 것 같아요.”(김태균)
“비판하는 랩이 많긴 하지만 내 의견만 옳고 다른 의견은 다 무시한다는 게 아니에요. 인정할 건 인정하는 거죠. 래퍼 중에 저처럼 의외로 내성적인 분들이 많아요.”(권혁우)
하지만 ‘쇼미더머니’ 신예래퍼 중 유일한 30대 서성조는 다른 의견을 내놨다. 해명이 아닌 반성이었다.
“나는 진짜고 너희는 가짜라는 랩들이 많잖아요. 그런 걸 보면 너무 개성이 없는 것 같아요. 어쩌면 편견이라는 게 우리가 만든 부분도 있지 않나하는 느낌도 들고요. 저도 예전에 비슷한 류의 가사를 쓴 적이 있어요. 그런 작은 부분이 커지면 여론이 되더라고요. 대중들이 힙합에 대해 갖는 선입관으로 발전됐죠.”(서성조)
# 편견3. 힙합은 언더신만 진짜다?
자본주의의 논리에 의해 음악이 만들어지는 것을 불편해 하는 사람들. 그래서 진짜 힙합퍼들은 오버가 아닌 언더그라운드에서만 활동한다는 편견이 있다. ‘쇼미더머니’가 끝나면 신예 래퍼들은 각자 진로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진짜’라는 언더신과 ‘대중’이 있는 오버신, 이들의 선택은? 바로 ‘다 함께 즐거운 곳’이었다. 
“대중매체에서 선보이는 힙합을 보면 그만의 룰이랄까, 적용되는 시스템이 있어요. 대중성과 관련된 것이겠죠. 진짜 언더그라운드에서 이루어지는 공연은 전부 즉흥적이에요. 대충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만의 매력이 있다는 의미죠. 그걸 대중매체에 그대로 가져오고 싶어요. 언더에 갇힌 음악이 아니라 더 큰 곳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누리는 음악이 되길 바라요. 그게 저의 목표고 활동 방향입니다. 대중음악이다, 아니다가 아니라 하고 싶은 음악으로 인정 받고 싶어요.”(김태균)
“어느 곳에서든 팬들에게 사랑받는 게 이상적이라고 생각해요. 오버, 언더의 경계는 대중들이 판단해줄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오히려 언더가 갇혀있지는 않나 생각해요. 대중과 친숙해지도록 노력할 필요도 있다고 봐요. 언더에서도 상업과 비상업이라는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거든요. 좋은 음악은 어떤 사람에게든 좋은 음악이에요.”(서성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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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넷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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