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현(34)이 불펜투수 FA 잔혹사의 종결자가 될 것인가.
롯데의 언더핸드 투수 정대현이 9일 마침내 1군 무대에 복귀했다. 지난겨울 FA자격을 얻고 롯데로 이적한 정대현은 2011년 10월 5일 광주 KIA전 이후 309일 만에 잠실 LG전에서 1군 마운드에 올랐다.
정대현은 2011년 12월 13일 롯데와 4년간 총액 36억원에 FA계약을 체결했었다. 겨울 내내 메이저리그 도전으로 홍역을 앓았던 정대현은 역대 불펜투수 최고 대우로 FA협상을 마무리했지만 전지훈련 중 왼쪽 무릎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결국 롯데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를 밟기까지 약 9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롯데 데뷔전은 완벽했다. 특유의 낮게 깔리는 싱커와 각도 큰 커브로 LG 타자들을 압도, 공 9개로 삼자범퇴 처리했다. SK와 국가대표팀에서 철옹성 마운드 중심에 있었던 그 모습을 재현했다. 오랜 기다림만큼이나 의미 있는, 또한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되는 정대현의 귀환이었다.
지난겨울 FA시장에는 어느 해보다 많은 실력파 불펜투수들이 나왔고 정대현을 비롯해 정재훈과 이승호(20번), 송신영도 거액의 FA계약을 체결했다. 정재훈은 원소속 구단인 두산으로부터 4년 총액 28억원, 이승호는 롯데에서 4년 24억원, 송신영은 한화에서 3년 13억원 이상의 금액을 받게 됐다. 하지만 FA 첫 해인 올 시즌만 놓고 보면 이들의 활약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정재훈은 어깨 재활로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고 현재까지 1군과 2군을 오가며 단 4경기만 출장했다. 이승호는 30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2.41을 기록하고 있지만 SK시절의 구위와 거리가 있다. 현재 롯데에서 가장 믿을 만한 불펜 좌투수는 이승호가 아닌 이명우다. 송신영은 22경기·21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5.57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중이다. 벌써부터 FA 불펜투수 잔혹사가 반복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사실 불펜투수들은 FA 시장에서 좀처럼 좋은 대우를 받지 못했다. 불펜투수 특성상 무리한 등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몸 상태와 앞으로의 활약에 대한 의구심이 크게 작용해왔다. 2003년 겨울 진필중이 당시 FA 불펜투수 최다금액인 4년 30억원에 LG와 계약을 맺었지만 계약기간 동안 평균자책점 5.03으로 부진했고 8년 동안 불펜투수의 거액 FA계약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역대 불펜투수 최대어가 된 정대현의 앞으로의 활약은 앞으로 FA 시장에 새로운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정대현 마저 부진을 피하지 못한다면, FA 시장에서 불펜투수들의 가치는 다시 떨어질 것이다. 반대로 정대현이 롯데에서도 승승장구한다면, 지난겨울과 같은 불펜투수들의 FA 시장이 지속될 확률이 높아진다.
올 시즌 롯데는 불펜야구를 하고 있다. 선발진에서 송승준, 사도스키, 고원준이 부진하고 타선도 최근 동반 침체를 겪고 있지만 김성배, 최대성, 이명우 등의 불펜투수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줬기에 롯데는 시즌 내내 4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지난 8일 롯데 양승호 감독은 “나는 선발야구를 추구하는데 어쩌다보니 불펜야구를 하게 됐다. 근데 이제는 불펜진도 과부하다”고 아쉬운 웃음을 지었다.
일단 정대현이 활약할 기반은 잘 마련되어 있다. 롯데는 치열한 4강권 싸움을 하고 있고 롯데 불펜투수들은 과부하 속에 지쳐가는 중이다. 그만큼 정대현의 합류는 롯데에 천군만마나 다름없다. 정대현이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확실한 1이닝을 만들며 불펜투수 FA 잔혹사를 종결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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