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후반기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이제 각 팀마다 최대 43경기, 최소 38경기씩 잔여 페넌트레이스를 남기고 있는 가운데 다시 한 번 판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1위 삼성이 부진한 사이 두산이 1.5경기차 2위로 뒤쫓고 있고, KIA가 4위로 치고 올라왔다. 반면 넥센은 3위에서 6위로 순식간에 떨어졌다. 이 같은 판도 변화는 선수층 차이에서 비롯되고 있다.
후반기 11승4패로 최고의 성적을 내고 있는 두산이 대표적이다. 두산은 전반기를 4위로 마쳤지만 후반기에 무서운 상승세를 타며 1위 삼성을 위협하고 있다. 김동주·손시헌·정수빈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져있지만 그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오랜 기간 쌓아온 탄탄한 선수층이 중요할 때 빛을 발하고 있다.

유격수 손시헌이 빠진 자리에는 김재호와 허경민이 완벽히 메우고 있고, 김동주가 없는 3루는 윤석민과 이원석으로 짜여져있다. 2루에는 고영민·오재원·최주환이 있다. 오재원·고영민이 7~8일 각각 발목과 허벅지를 다쳐 빠졌지만 최주환과 허경민이 기용돼 제 몫을 했다. 정수빈이 빠진 외야는 2년차 정진호가 메워나가고 있다.
중심타자 김현수와 안방마님 양의지를 제외하면 확실하게 고정된 주전 선수가 없다. 7~9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3경기 연속 1번타자가 바뀔 정도로 상황에 따라 어떤 선수가 들어가도 가능할 정도다. 김진욱 감독은 "부상이 있는 선수는 무리시키지 않겠다. 회복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자신하는 이유도 든든한 선수층 덕이 크다. 누가 주전인지 모를 만큼 탄탄하다.
후반기 9승6패로 두산에 이어 두 번째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KIA도 주축 선수들의 부상 공백에도 백업 선수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범호가 햄스트링 부상 후유증으로 기약 없는 상태이지만, 백업이었던 박기남이 공수 맹활약으로 존재감을 떨치며 팀의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제는 당당히 KIA 주전 3루수다.
김상현이 무릎 부상 재발로 1군에서 빠지고, 최희섭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지만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삼성에서 이적해온 조영훈에 나지완·김주형이 조금씩 장타력에 힘을 보태고 있다. 김상현이 빠진 외야에는 전반기 주전급으로 활약한 이준호가 있다. 안정된 수비력과 집중력을 바탕으로 타선의 약화를 메워나가고 있다.
반면 후반기 4승11패로 최악의 성적을 내고 있는 넥센은 선수층에서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전반기를 2위 롯데에 1경기 뒤진 3위로 마쳤으나 이제는 5위 SK에도 3경기 뒤진 6위로 떨어졌다. 4번타자 박병호가 변함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강정호·서건창·장기영·정수성·김민성 등 전반기 상승세를 이끌었던 선수들이 모두 부진하면서 팀 전체가 집단 침체에 빠져있다.
강정호를 제외하면 풀타임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로 한번쯤 고비가 찾아올 때가 온 것이다. 그러나 그들을 대체할 자원이 마땅치 않다. 2군에서 여러 선수들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박병호의 한 방이 아니면 득점을 기대하기 어려울 만큼 공격 루트가 꽉 막혀있다. 결국 선수층이 두텁지 못한 탓이다.
7위 LG와 8위 한화도 다르지 않다. 후반기 5승9패1무로 넥센 다음으로 성적이 좋지 못한 LG는 여전히 1~2군 교체는 많지만 별다른 수확이 없다. 2군 선수들이 1군 선수들을 위협할 수준이 되지 못하고, 1군 선수는 잠시 2군에 다녀올 뿐 변화가 없다. 후반기 상승세를 타다 최근 5연패 수렁에 빠진 한화도 근본적으로 선수층의 한계에 부딪쳐있다. 주축 선수가 슬럼프에 빠지면 살아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다. 상승세가 오래 안 가는 이유. 삼성이 1위를 달리고, 롯데와 SK가 4강 싸움을 하는 것도 선수층이 뒷받침돼 있기 때문이다.
두터운 선수층과 그렇지 못한 선수층은 시즌 후반에 더욱 극명하게 나타나는 법이다. 순위 판도가 다시 요동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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