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야구 해보지 뭐".
지난 2월말 오키나와 실전캠프 도중 선동렬 감독은 애타는 마음을 드러냈다. 믿어 의심치 않았던 1군 주전 투수 5명이 모조리 부상으로 이탈했다. 좌완 양현종과 심동섭, 우완 김진우와 한기주, 언더핸드 손영민까지 어깨와 팔꿈치에 이상이 생겼다. "4월과 5월을 어떻게 보낼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켠에는 타자들에 대한 기대도 컸다. 애리조나와 오키나와 캠프를 마칠때까지 투수와 달리 단 한명도 부상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투수진은 걱정이지만 그대로 타선은 기대를 해볼만하다"고 말했다. 이범호도 "최희섭 선배가 가세한다면 우리가 가장 힘이 있다"고 자랑까지 할 정도였다. 그래서 이범호 최희섭 김상현의 LCK포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되기도 했다.

실제로 이범호는 작년 허벅지 부상을 딛고 완벽한 훈련을 통해 부활을 예고했다. 김상현도 우익수에서 1루수로 변신하면서 풀타임 주전에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최희섭은 동계훈련 불참소동을 일으켰지만 광주에서 백의종군하면서 의욕을 불태웠다. 그래서 선감독은 공격야구를 표방하기도 했다.
그러나 팬들은 LCK의 동시 활약을 단 한번도 지켜보지 못했다. 이범호는 시범경기도중 오른쪽 허벅지 근육통(햄스트링)을 일으켜 중도 이탈했다. 5월 17일 1군에 복귀했으나 7월 9일 허벅지 피로증세로 엔트리에서 빠졌다. 김상현은 개막전에서 왼쪽 손바닥 골절상을 입고 7월 12일 복귀했으나 8월9일 무릎부상으로 다시 이탈했다. 최희섭은 뒤늦게 합류했으나 동계훈련량 부족과 자질구레한 부상 때문에 기복이 있었다.
결국 지난 9일 광주 넥센전 선발명단에는 이들 트리오의 이름이 모두 사라졌다. 선감독은 "아무래도 이범호와 김상현은 남은 시즌은 힘들 것 같다. 최희섭도 조만간 2군에 갈 수도 있다. (타선에서) 단 한번도 베스트멤버를 가지고 야구를 할 수 없게 됐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공갈포들이 있어야 한다. 선발진이 튼튼해 공격력만 살아나면 해볼만한데"라며 아쉬움을 피력했다.
KIA는 치열한 4강 싸움의 한복판에 있다. 강력한 선발진을 앞세워 최근 5연승을 달렸고 3위까지 넘보고 있다. 그러나 선감독이 말한대로 공격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힘겨운 싸움을 벌일 수 밖에 없다. 선감독은 "이가 없으면 잇몸야구를 해보지 뭐"라고 말했다. 허망한 LCK포 보다는 대신 기회를 잡은 선수들의 근성에 기대하는 표정이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