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연패에 빠진 넥센 김시진(54) 감독과 한화 한대화(52) 감독이 오랜만에 만났다. 후반기 첫 만남으로 연패 중 시름을 덜었다.
10일 목동구장. 한화-넥센의 11차전을 앞두고 김시진 감독이 3루 덕아웃에서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1루 덕아웃에서 한대화 감독이 성큼성큼 걸어왔다. 한 감독은 김 감독을 바라보자 웃음을 띄었고, 김 감독은 "어떻게 된 게 6위팀 감독보다도 더 표정이 좋다"며 반갑게 맞았다. 이에 한 감독은 "살이 더 찐 것 같다"며 가볍게 응수했다.
김 감독은 한 감독을 감독실로 초대했고 한동안 두런두런 이야기 꽃을 피웠다. 김 감독의 넥센이 3연패에 빠지며 6위로 떨어졌고, 한 감독의 한화가 5연패로 최하위의 깊은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힘겨운 상황에서 서로를 제물 삼아 넘어야 하는 상황. 하지만 경기 전 만큼은 승부를 떠나 우애 좋은 형동생이었다.

김 감독은 "한 감독과는 대학 선발 때부터 친했다. 그때는 내게 말도 잘 못 걸었다. 감히 '꼴뚜기'라고는 부를 수도 없었다. 나는 그때 한 감독을 '쥐'라고 불렀다"며 껄껄 웃은 뒤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를 앞두고 합숙훈련을 하며 친해졌다. 프로에 들어온 뒤 나이 먹으며 더 편하게 지내게 됐다. 오늘도 야구 이야기보다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절친한 2년 선후배의 피할 수 없는 맞대결. 하지만 경기 전 분위기 만큼은 훈훈했다. 잠시라도 연패의 아픔과 승부의 긴장감을 떨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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