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박정권(31)의 별명은 '가을 사나이'다. 매년 포스트시즌만 되면 맹타를 휘둘러 SK의 승리를 견인한다.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을 겪었던 박정권. 시즌 첫 홈런도 5월 22일 문학 두산전에서 처음 나왔을 정도로 페이스가 늦었지만 6월 5홈런, 7월 2홈런을 추가하며 방망이에 예열을 마친 상황이었다. 하지만 유례없는 더위 탓일까, 박정권은 최근 2경기에서 6타수 무안타로 잠잠했다.
마침 이날 오전 서울지역엔 시원한 소나기가 내려 여름 내내 뜨거운 볕을 머금었던 잠실구장을 조금은 식혀줬다. 경기 전 훈련을 마친 선수들도 "바로 엊그제까진 너무 더웠는데 오늘 갑자기 시원해졌다. 입추(8월 7일)가 지나고 나니 가을분위기가 난다"고 말했다. 가을 냄새를 맡았기 때문일까, 박정권은 시원한 만루포로 역전승을 견인했다.

박정권은 10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1루수 5번 타자로 선발 출전, 3타수 1안타(1홈런) 4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박정권의 활약에 힘입어 SK는 두산을 7-2로 제압하고 4위 KIA에 게임차 없는 5위를 유지했다.
최근 페이스가 떨어진 박정권은 2회 무사 1루에서 좌익수 뜬공으로 침묵했다. 이어 4회 1사 2,3루 선취점의 기회에선 힘 없는 투수앞 땅볼로 득점 기회를 날려버렸다.
명예회복을 할 기회는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0-1로 뒤진 6회 SK는 김강민과 박진만의 안타, 그리고 최정의 희생번트로 1사 2,3루를 만들었다. 그러자 두산 벤치에서는 최근 타격감이 좋은 이호준을 거르고 박정권과의 승부를 택했다. 이때 박정권은 김승회의 2구 높은 140km 직구를 그대로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만루포를 터트렸다. 박정권의 시즌 10호 홈런, 그리고 개인통산 3호 만루홈런이었다.
김승회가 던진 공은 포수 양의지의 머리 높이로 날아온 직구. 박정권의 헛스윙을 유도하기 위한 유인구였다. 그렇지만 박정권은 높은 직구가 들어올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듯 통나무를 쪼개듯 방망이를 힘껏 휘둘렀고 타구는 잠실 우측 펜스를 가볍게 넘어갔다. 박정권의 노림수를 막기엔 김승회의 140km 직구는 너무나 정직한 공이었다.
박정권이 주는 위압감 때문이었을까. 김승회는 8회 다시 만난 박정권에게 볼넷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리고 박정권은 후속 정근우의 좌중간 3루타 때 홈을 밟아 쐐기 득점까지 올렸다.
무더위의 끝이 보이는 가운데 박정권은 가을을 재촉하는 역전 만루포를 작렬시켰다. SK가 진짜 '가을야구'를 하기 위해선 박정권의 꾸준한 활약이 절실하다. '가을남자' 박정권이 SK를 '가을야구'에 데려다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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