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재, '검증되지 않았던' 재능 공인 받았다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2.08.10 23: 44

[런던=AFP] 리듬체조 개인 종합 예선전에서 한국의 손연재 선수가 리본연기를 펼치고 있다. 손선수는 예선 6위로 결승에 진출했다. 2012. 8. 10. AFP / BEN STANSALL / News1
'리듬체조요정' 손연재(18, 세종고)가 첫째날에 이어 곤봉과 리본 종목에서도 훌륭한 연기를 펼치며 한국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리듬체조 결선에 진출했다.
손연재는 10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리듬체조 개인종합 이튿날 곤봉과 볼 연기에서 각각 26.350점과 28.050점을 받아 전날 기록한 55.900점을 더해 합계 110.300점으로 전체 24명 중 6위를 기록하며 10명이 겨루는 결선에 올랐다.
손연재는 이날 첫 번째 종목인 곤봉에서 24명 중 21번째로 나와 '재즈 머신'에 맞춰 깔끔한 연기를 펼쳤다. 취약 종목인 곤봉답게 중간중간 불안한 모습을 보인데다 연기 도중 신발이 벗겨지는 악재까지 겹쳤지만 난도(Difficulty) 점수 8.300점, 예술(Artistry) 점수 9.200점, 실시(Execution) 점수 8.900점에 감점 0.05점을 받아 총점 26.350을 기록하며 로테이션 3을 7위로 마쳤다.
마지막 종목인 리본에서 22번째로 등장, 푸치니의 '나비부인'에 맞춰 연기를 펼친 손연재는 난도 9.350점, 예술 9.450점, 실시 9.250점 등 총점 28.050점을 기록, 전체 합산 점수 110.300점으로 전체 6위에 올라 결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리듬체조는 동유럽이 절대적인 강세를 보이는 종목이다. 러시아와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등 신체적 조건과 유연함을 갖춘 동유럽 미녀군단들이 항상 올림픽 포디움을 점령했다. 기계체조에서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며 아시아세의 등장을 알린 중국도 기술적 요소 외에 예술적 요소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리듬체조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손연재의 도전이 큰 의미를 지닌 이유다. 올림픽은 모든 리듬체조 선수들의 꿈의 무대 중 하나이다. 그러나 그 무대에서 메달을 목에 걸 수 있는 선수는 항상 뛰어난 소수에 국한돼 있었다. 사실상 결정된 왕좌를 향해 도전한다는 것은 무기력해지기 쉬운 일이다. 그러나 자기 자신에 대한 도전을 이어온 결과 리듬체조의 변방인 아시아에서 올림픽 결선 진출이라는 값진 열매를 따낼 수 있었던 것.
한국 리듬체조는 지난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 신수지(21, 세종대)가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당시 12위를 기록했던 것이 한국의 최고 성적이었다. 그러나 손연재는 한국 최초로 올림픽 결선 진출에 성공하며 리듬체조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신수지에서 손연재로 이어진 도전은 동유럽 강세 속에서도 충분히 기량을 펼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확신을 또다른 리듬체조 유망주들에게 심어줄 수 있는 기회가 됐다.
한국에서 비주류 스포츠에 해당하는 리듬체조의 특성상 해외에서 열리는 국제대회를 접하기란 쉽지 않다. 손연재가 리듬체조 강국인 러시아를 중심으로 훈련을 계속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아야 했던 것도 리듬체조 변방인 한국에서 국제대회를 목표로 실력을 향상시키기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신수지의 베이징올림픽 예선 12위, 그리고 손연재의 올림픽 첫 결선 진출이라는 성과는 한국 리듬체조가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이번 대회 결선 진출은 손연재에게 또다른 의미를 갖는다. 실력에 비해 이름이 먼저 알려지면서 손연재는 많은 비난과 직면해야 했다. 2012년을 계기로 실력이 일취월장했지만 국내 팬들이 손연재의 실력을 접할 수 있는 통로는 한계가 있었다. 검증되지 않은 실력으로 유명세를 치러야 했던 손연재에게 있어 이번 대회는 국내 팬들에게도 자신의 실력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된 셈이다.
사실상 손연재가 결선에서 메달을 획득할 가능성은 그렇게 크지 않다. 예브게니아 카나예바와 다미아 드미트리예바의 '러시아 투톱'이 금과 은을 나눠가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동메달 한 자리를 놓고 치열한 각축전이 펼쳐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리듬체조 선수들이 모인 올림픽이라는 무대에서 최후의 10인에 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손연재는 그동안 '검증되지 않은' 재능에 불과했던 자신의 실력을 증명했다. 이제부터 손연재의 연기는 한국 리듬체조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진다. 손연재의 사상 첫 올림픽 결선 진출이 갖는 의미이자 결선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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