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타' 이호준, "골든글러브? 꿈도 안 꿔"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8.11 07: 10

요즘 이호준(36,SK 와이번스)의 방망이는 팀에서 가장 뜨겁다. 팽팽한 승부처, 이호준의 타석 때 상대팀에서 그를 고의4구로 내보내는 걸 보는 건 이젠 어렵지 않다.
10일 잠실 두산 베어스 전에서도 이호준은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호준은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 2타수 1안타 1홈런 1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첫 타석에서 볼넷을 얻어낸 이호준은 4회 1사 1루 두 번째 타석에서 3루쪽 강습타구를 날려 2,3루 기회를 만들었다. 다만 기록은 3루수 실책으로 남았다.
6회 1사 2,3루에선 고의4구를 얻어내 박정권의 역전 만루포를 도운 이호준은 8회 마지막 타석에서 5-1로 달아나는 쐐기 솔로포를 터트렸다.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김승회의 130km짜리 포크볼은 높고 밋밋하게 들어왔고, 이를 놓치지 않은 이호준은 공을 그대로 잡아당겨 잠실구장 좌측 펜스를 그대로 넘겨버렸다. 비거리 120m짜리 시즌 16호 홈런이었다.

▲ "골든글러브? 아직 시기상조다"
소리없는 강자, 이호준의 올 시즌 성적은 2009년 이후 최고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호준의 10일 현재 성적은 타율 3할3리 16홈런 55타점 42득점이다. 출루율도 4할1푼2리에 이르고 있고 무엇보다 장타를 회복한 것이 가장 눈에 띈다. 이호준의 장타율은 5할2푼2리, 2009년 5할1푼2리를 기록했던 이후 최고의 장타율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까지 성적만 놓고 본다면 이호준은 골든글러브 후보로 손색이 없다. 가장 큰 경쟁자는 삼성 이승엽. 시즌 초 이승엽은 타격 전 부문에서 선두권으로 치고 나갔지만 8월들어 페이스가 주춤하다. 이승엽의 성적은 타율 3할9리에 19홈런 64타점. 아직까진 이승엽이 주요 타격지표에서 앞서 있지만 타자의 생산성을 나타내는 OPS(출루율+장타율)는 이호준이 앞질렀다. 이호준의 OPS는 0.934, 이승엽은 0.919다.
아직 이호준은 데뷔 후 단 한 차례도 골든글러브 수상이 없다. 그렇지만 이호준은 아직도 "골든글러브 수상을 논하기엔 너무 이르다. 단 한 번도 생각조차 안 해봤다"고 손사레를 쳤다. 그러면서도 "시즌이 끝날 때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 당장의 목표는 현재 성적을 유지하는 것 뿐"이라고 힘줘 말했다.
▲ '4할 육박' 8월 맹타? 기본에 충실한 덕
이호준의 7월 타격성적은 타율 3할3푼3리 4홈런 12타점, 8월은 무려 3할9푼3리 3홈런 10타점으로 뜨거운 방망이를 뽐내고 있다. 팀 내 야수 가운데 최고참이지만 오히려 여름이 되면서 타격 페이스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호준에게 비결을 물어봤다. 답은 간단한 곳에 있었다. '기본에 충실하라'.
한때 이호준은 SK를 상징하는 강타자였다. 2003년과 2004년에는 연속으로 30홈런을 넘기면서 강타자로 확실하게 자리잡았다. 그러면서 마음 속에 '자만'이 자랐다고 그는 고백한다. "솔직히 야구 잘 하면서 기본을 잊었던 게 사실이다. 올해 좋은 활약을 보이는 건 기본에 충실한 덕분인 것 같다. 러닝과 웨이트 트레이닝 열심히 한게 효과를 보는 것 같다"는 게 이호준의 설명이다.
▲ "FA 마지막 해, 욕심이 생기는 건 사실"
올해면 이호준의 FA 계약이 마감된다. 이호준은 2007년 타율 3할1푼3리 홈런 14개 71타점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고, 더불어 팀까지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면서 4년간 총액 34억원의 대형계약을 맺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활약은 기복이 있던 게 사실이다. 2008년은 부상으로 개점휴업을 했고 지난해까지 4년동안 홈런 38개를 치는데 그쳤다. 타율 3할도 단 한 차례도 달성하지 못했다.
FA 마지막 해인 올해, 이호준은 극적으로 부활에 성공했다. 이호준은 솔직하게 "FA를 의식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다. 욕심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인정한다.
하지만 이호준은 일부러 의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는 "지금도 목표는 하루에 안타 1개, 볼넷 1개 얻는 것이다. 현재 성적은 일부러 신경쓰지 않는다"면서 "다만 목표가 있다면 지금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인정했다.
올해 우리나이로 37살, 이호준의 마지막 말은 이것이었다. "내년이면 나도 38살이다. 누가 날 데려가려 하겠나. 내가 내 능력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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