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메달' 홍명보호, 박수받아야 할 마땅한 이유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2.08.11 05: 38

지난 1948년 런던올림픽서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았던 한국이 64년 만에 영광의 땅에서 사상 처음으로 메달 획득의 신화를 달성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 대표팀은 11일(한국시간) 새벽 영국 카디프의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2012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3-4위전서 박주영의 선제골과 캡틴 구자철의 추가골에 힘입어 2-0의 완승을 거뒀다.
숙명의 한일전을 앞둔 태극 전사들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해 보였다. 그리고 그 굳은 결의는 올림픽 사상 첫 메달의 영광과 함께 병역 혜택이라는 보상으로 돌아왔다.

시작은 불안했다. 녹록지 않다 못해 악조건이었다. 지난 2009년 U-20 월드컵부터 홍명보호의 중앙 수비를 책임져 왔던 홍정호(제주)가 부상으로 일찌감치 낙마했다. 그리고 홍정호의 대체자로 유력했던 장현수(FC 도쿄)마저 올림픽 개막을 불과 2주 앞두고 부상으로 런던행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다.
'부상 악령'은 런던에서도 이어졌다. 조별리그 1차전이었던 멕시코전을 이틀 앞두고 한국영(쇼난 벨마레)이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정우영(교토상가 FC)이 긴급 수혈됐지만 박종우의 대체자였던 한국영의 공백은 홍명보호에 두고두고 아쉬울 법했다.
사상 첫 4강 진출의 위업 속에 홍명보호의 부상 악운은 계속됐다. 조별리그 내내 와일드 카드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해줬던 측면 수비수 김창수(부산)와 골키퍼 정성룡(수원)을 부상으로 모두 잃었다.
여기에 편파 판정이라는 거대한 벽에도 가로 막혔다. 영국전서 심판의 애매한 판정 속에 페널티킥 2개를 내줬던 한국은 정작 브라질과 4강전서는 지동원과 김보경이 페널티 박스 안에서 명백한 반칙을 당했지만 야속하게도 심판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 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이 젊은 태극 전사들은 이러한 악조건을 모두 극복해내며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4강 신화의 금자탑을 쌓은 데 이어  '영원한 숙적' 일본이라는 부담스러운 상대를 만나 금메달보다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고야 말았다.
2009년 U-20 월드컵(8강)과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3위)의 아픔을 아로새겼던 홍명보호는 과거의 아픔을 현재의 기쁨으로 승화시키며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의 진한 감동을 10년 만에 재현한 것이다.
4강 신화를 뛰어 넘어 사상 첫 메달을 목에 건 태극 전사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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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디프(영국)=올림픽공동취재단 phot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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