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런던올림픽 일본과의 축구 동메달 결정전. 경기 시작을 앞두고 오픈 멘트에 나선 차범근 SBS 축구 해설위원은 "최선을 다해야 된다"는 대목에서 잠시 감정에 겨워 말문을 잇지 못했다. 일본에게 만큼은 "꼭 이겨야 된다"는 차 위원의 마음 속 기원이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전해진 순간이었다.
그리고 전반전 후반 무렵. 병역기피 논란이 일었던 한국팀의 노장 박주영이 일본 골문을 가르는 첫 골을 터뜨리는 순간, 차 위원은 특유의 포효로 새벽잠을 설치며 한일전을 관전하던 시청자들과 기쁨을 같이 했다. "그래요. 바로 이겁니다!"
한국이 8강전에서 막강 전력의 홈팀 영국을 꺾고 4강에 진출하는 등 큰 성과를 거둔 이번 런던올림픽 축구에서 차범근 위원이 또 한 명의 승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지난 달 30일 스타디움 오브 코벤트리에서 열린 스위스와의 B조 2차전부터 배성재 캐스터와 호흡을 맞춰 차분한 전술 분석과 함께 때로는 한국팀 잘못도 과감하게 질책하는 직설화법 중계로 호평을 받았다.

이날 일본전에서도 차 위원은 경기상황에 따라 해설 감정에 완급을 주는 방식으로 시청자의 중계 이입을 도왔다. 여기에 이번 올림픽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일본의 전략 전술을 철저히 사전 분석, 경기내내 상대를 어떻게 공격해야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는 지를 알기쉽게 설명하는 명불허전의 해설 솜씨를 과시했다.
특히 구수하고 친근한 말투와는 달리 중요한 고비마다 날카롭게 허를 찌르는 직설화법과 촌철살인의 비유법을 섞는 방법으로 축구 해설의 진수를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차 위원은 이날도 심판 판정에 먼저 흥분하지 않고 상황 앞뒤를 살피는 정확한 분석을 앞세웠다. 한참 후배들인 한국 대표선수들의 잘못이 분명한 경우에는 배 캐스터가 "아! 심판 왜 저러나요"며 목소리를 높여도 이에 맞장구를 치지않고 중계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모습에서 노련미를 드러냈다.
런던올림픽 축구 중계에서는 MBC 김성주-허정무 팀이 영국전을 통해 감정 완급이 두드러진 애국중계를 부각시켰고 이에 맞선 SBS 배성재-차범근은 차분하게 경기 분석에 주력하는 멘트로 점수를 땄다. 시청자 사이에서 애국중계가 좋으냐 싫으냐가 양극단으로 나뉜 게 바로 MBC와 SBS의 8강전 대격돌부터다.
대표팀 선전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해 보고 싶은 시청자들은 김성주-허정무 팀에 높은 점수를 줬고, 경기내용에 집중하며 관전하려는 시청자들은 배성재-차범근을 택했다. 일부 시청자는 애국중계와 경기분석이 적절하게 섞이는 김성주-차범근 카드를 못내 아쉬워하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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