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는 류현진보다 좋았다" 강윤구의 잠재력 대폭발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8.11 09: 14

괴물을 무색케 한 괴력의 피칭이었다.
넥센의 4년차 좌완 파이어볼러 강윤구(22)가 드디어 잠재력을 폭발시키기 시작했다. 강윤구는 지난 10일 목동 한화전에서 올 시즌 가장 많은 115개의 공을 던지며 6⅔이닝 1피안타 4볼넷 10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지난 4일 목동 LG전 7이닝 3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에 이어 2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로 존재감을 뽐냈다.
특히 이날은 대한민국 최고 에이스 류현진(한화) 선발 맞대결이라는 부담 속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7회 2사까지 볼넷 4개를 내줬을 뿐 단 하나의 안타도 맞지 않을 만큼 위력적인 피칭을 펼쳤다. 비록 불펜 난조로 승리가 날아갔지만 강윤구의 퍼포먼스는 충분히 놀라운 수준이었다.

이날 주심으로 강윤구의 피칭을 바로앞에서 지켜본 문승훈 심판위원은 "볼 스피드가 많이 나오지 않았지만 볼끌에 힘이 아주 좋았다. 볼넷이 많고 높게 제구된 공이 나왔지만, 결정적인 삼진을 잡을 때에는 제구도 좋았다"며 "직구만 놓고 봤을 때에는 오늘 류현진보다 더 나았다. 115개를 던져도 구위가 여전했다. 몇 타자를 더 상대해도 될 만큼 좋았다"고 말했다.
강윤구는 총 115개 공 중에서 72개를 직구로 택했다. 최고 구속은 146km로 아주 빠른 수준은 아니었지만 포수 미트에 공이 팍팍 꽂혔다. 삼진 10개 중 7개가 직구를 결정구로 삼아 잡은 것이었다. 그 중 2개는 몸쪽 낮게 꽉 차며 배트조차 내밀지 못한 루킹 삼진이었다. 들쭉날쭉한 제구에도 필요할 때는 공이 잘 들어갔다.
장충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9년 1차 지명으로 넥센에 입단한 강윤구는 일찌감치 '지옥에서라도 데려와야 하는' 좌완 파이어볼러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지난 2010년 9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은 후에도 구속을 잃지 않았다. 그러나 늘 불안한 제구에 발목이 잡혔다. 올해도 9이닝당 볼넷이 5.86개로 한동안 2군에 머무르는 등 기대보다 성장세가 더디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선발로 나온 최근 2경기에서 모두 퀄리티 스타트에 성공하며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여전히 불안한 제구로 투구수가 늘어나는 게 아쉽지만 강력한 직구의 힘은 일품이다. 크지 않은 체구에도 릴리스 포인트를 최대한 앞으로 끌고나와 던지는 묵직하고 살아있는 볼끝에 한화 타자들은 제대로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며 물러나야 했다.
이날 경기 전 김시진 감독은 "류현진과 붙는 것을 영광으로 알고, 한 수 배운다는 생각으로 해야 한다"며 강윤구의 분발을 바랐다. 비록 아쉽게 역전패했지만 김 감독은 "강윤구가 좋은 피칭을 해줬다"는 칭찬을 잊지 않았다. 아쉬운 역전패 속에서도 강한 인상으로 남을 만큼 강윤구의 잠재력 폭발은 넥센을 설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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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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