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가 없는 한화 불펜은 상상할 수 없다. 사연 많은 9년차 우완 투수 송창식(27)이 한화의 필승조로 자리매김했다.
송창식은 지난 10일 목동 넥센전에서 선발 류현진에 이어 7회부터 두 번째 투수로 구원등판, 2⅓이닝 동안 안타 1개를 맞았을 뿐 삼진 3개를 잡으며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막았다. 송창식이 넥센의 추가 득점 기회를 원천 봉쇄한 덕분에 한화도 4-2 역전승을 거두며 5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시즌 3승(2패3홀드)째를 따낸 송창식은 평균자책점을 3.43으로 끌어내렸다.
▲ 삼진 3개가 모두 루킹 삼진

거침없는 피칭이었다. 7회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오윤을 6구째 낮은 코스로 떨어지는 직구로 루킹 삼진 처리했다. 허도환-유재신도 각각 유격수 땅볼과 2루 직선타로 잡은 송창식은 8회에도 김민성을 5구째 몸쪽 낮게 들어가는 직구로 루킹 삼진 잡았다. 장기영을 1루 땅볼로 아웃시킨 뒤에는 강정호에게 좌전 안타로 처 출루 허용.
하지만 송창식은 홈런 전체 1위에 빛나는 넥센 4번타자 박병호를 5구째 바깥쪽 걸치는 직구로 또 루킹 삼진 잡았다. 9회 선두타자 유한준따지 2루 땅볼로 잡은 뒤 안승민에게 마운드를 넘기며 한화팬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최고 145km 힘있게 낮게 깔리는 직구로 넥센의 중심 타선을 돌려세웠다. 경기 흐름을 뒤바꿔놓은 천금의 호투였다.
▲ 코스 코스 찌르는 제구력 향상
경기 후 송창식은 "요즘 계속 컨디션이 좋다. 힘이 크게 들어가지 않고 좋은 밸런스에서 공을 던질 수 있었다"며 "다른 것보다 제구에 많은 신경을 썼다. 가장 중요한 건 제구력과 집중력"이라고 말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송창식은 구위가 좋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막상 시즌 개막 후에는 흔들렸다. 공이 가운데 몰리는 경우가 많았던 탓이다. 2군에 내려간 뒤 송진우 투수코치와 함께 제구를 잡는데 집중했다.
송진우 코치는 "코스 코스 정확하게 던지면 안 맞는다"는 말로 송창식에게 제구력의 중요성과 자신감을 불어 넣었다. 그리고 이제는 당당히 팀의 핵심 불펜이 됐다. 7월 이후 14경기에서 1승3홀드 평균자책점 0.47의 위력투. 이 기간 피안타율은 1할6푼7리 불과하다. 송진우 코치는 "우리팀 불펜 중 가장 좋다"고 치켜세웠다. 송창식은 "중간은 매일 대기하기 때문에 선발보다 몸 관리가 어렵지만, 경기에 나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다"며 웃었다.
▲ 2004년 신인 때보다 구위 좋다
이날 경기를 마친 후 한화 포수 정범모는 "창식이형 공이 너무 좋다. 손이 아플 지경이다. 시즌 초반보다 볼끝과 제구가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만큼 이날 송창식의 공은 힘이 있었다. 마치 데뷔 첫 해 신인 시절이었던 2004년 연상케 했다. 당시 송창식은 26경기에서 완투 1경기 포함 8승7패 평균자책점 5.13으로 신인 돌풍을 일으켰다. 묵직한 직구가 일품이었으나 그 이후 버거씨병으로 은퇴했다가 재입단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그때보다 지금을 더 최고로 쳤다. 송창식은 "지금의 공이 2004년 신인 때보다도 더 좋다고 느낀다"며 힘줘 말했다. 테스트를 거쳐 한화에 재입단한지 3년 만에 팀에 없어서는 안 될 필승조로 거듭났다. 송창식에게는 올해가 진정한 최고 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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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