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신의 슬라이딩' 오재필, "이제는 뭔가 보여줄 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8.11 09: 15

사람의 집념이란 얼마나 대단한지를 실감케 했다.
한화 8년차 외야수 오재필(30)의 유니폼은 흙투성이 먼지로 가득했다. 그는 지난 10일 목동 넥센전에서 기 막힌 1루 쪽 기습 번트에 이은 슬라이딩으로 결승 득점 발판을 마련했다. 오재필의 절박함이 5연패 수렁에 빠진 한화에 실마리를 찾아준 순간이었다.
이날 오재필은 지난 6월6일 1군 말소 후 65일 만에 재등록됐다. 무릎 통증을 호소한 오른손 외야수 이양기를 대신해 올라왔다. 1군 복귀 첫 날부터 7번타자 좌익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으나 2회와 5회 모두 넥센 좌완 선발 강윤구의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어렵게 잡은 기회가 또 이렇게 사라지는가 싶었다.

하지만 세 번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한화는 7회 2사까지도 강윤구에 노히트노런으로 끌려다녔다. 이날 3번째 타석에 등장한 오재필은 강윤구의 3구째 슬라이더 받아쳐 중견수 앞 깨끗한 안타를 터뜨렸다. 이날 경기 한화의 첫 안타이자 강윤구의 115구째로 그를 마운드에서 내린 한 방이었다.
더 극적인 장면은 9회였다. 2-2 동점에서 선두타자로 나온 오재필은 심수창을 상대로 1~3구 모두 번트 모션을 취했다. 그의 시선은 1루를 향해 있었다. 기어이 4구째 공에도 번트를 댄 뒤 1루를 향해 전력질주했다. 넥센 1루수 박병호가 공을 잡자마자 미트를 내밀었지만 오재필은 태그를 피해 넘어지며 스리피트 라인을 아슬아슬하게 넘지 않는 절묘한 슬라이딩으로 1루 베이스를 먼저 찍었다.
오재필은 "계속 방망이가 맞지 않으니까 어떻게든 살아나가야한다는 생각이었다" 며 "9회 1루 수비를 보니 번트 준비하지 않더라. 1루수가 잡을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서 타구를 안 쪽으로 밀어넣었는데 운이 좋았다. 어떻게든 살아야 했다"고 절박한 심정을 드러냈다. 결국 그는 오선진의 결승 2타점 3루타 때 홈을 밟아 결승점을 올렸다. 한화를 5연패 늪서 구한 투지의 슬라이딩이었다.
오재필은 5월말부터 6월초까지 9경기를 뛰었을 뿐 2군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65일만의 1군 복귀를 갖는 그의 마음가짐은 절박함으로 가득했다. 그는 "솔직하게 버텨야 한다는 생각으로 왔다. 이제 나이도 있는데 지금껏 제대로 보여준 것이 없다. 1군에 잠깐 있다 내려가고는 했지만 이제는 무엇이든 보여줘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이제는 뭔가 보여줄 때가 된 것이다.
혼신의 슬라이딩으로 존재의 이유를 설명한 오재필. 한화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재치 만점의 플레이로 상대의 허를 찔렀다. 그는 여전히 한화에 몇 안 되는 공수주 삼박자 플레이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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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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