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27, 아스날)과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의 이승엽(36, 삼성)이 오버랩됐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11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카디프에 위치한 밀레니엄 스타디움서 열린 '2012 런던 올림픽 남자 축구' 일본과 3-4위 결정전서 2-0으로 승리를 거두며 동메달을 차지했다.
홍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와 18명의 선수들은 활짝 웃었다. 당초 그들이 메달을 목표로 삼았다고 했을 때 고개를 끄덕이던 사람들이 몇이나 있었을까. 하지만 홍명보호는 올림픽 축구 사상 한국의 첫 메달 따내며 한국 축구사를 바꿔 놓았다.

단순히 기록에 남는 것이 아니다. 선수들에게 실질적인 혜택도 있다. 18명의 선수 중 경기에 된 전원이 병역의 의무에서 자유로워진 것. 전성기를 누릴 때 군 입대를 해야 하는 선수들에게는 최고의 혜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날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주역은 박주영이었다. 박주영은 전반 38분 상대 수비수 3명을 제치는 환상적인 개인기에 이어 감각적인 슈팅으로 일본의 골대를 흔들었다. 또한 일본의 추격이 거세지던 후반 12분 구자철의 추가골을 도우며 분위기를 완벽하게 가져오게 했다.
박주영의 활약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야구에서의 이승엽과 오버랩됐다. 당시 이승엽은 일본과 동메달 결정전서 에이스 마쓰자카 다이스케를 상대로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로 한국에 동메달을 안겼다.
상대가 일본이라는 점부터 승리의 주역이 3-4위전까지 부진했다는 점도 동일하다. 이승엽의 당시 타율은 0.179에 불과했고, 박주영도 일본전을 치르기 전까지 5경기 1골에 그쳤다. 하지만 이승엽은 가장 중요한 일본전서 한 방으로 상대를 무너뜨렸고, 박주영도 결승골과 함께 구자철의 골을 도우며 1골 1도움으로 승리의 주역이 됐다.
이승엽의 별명 중 하나는 '병역 면제 브로커'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시작으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06 도하 아시안게임,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의 활약으로 수 많은 동료 선수들에게 병역 혜택을 안겼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 축구에는 병역 면제 브로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던 선수가 없었다. 박주영이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와일드카드로 발탁, 병역 브로커에 도전해 많은 골을 넣었지만 금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두 번의 실수는 하지 않다. 박주영은 가장 중요한 한 방을 터트리며 일본을 침몰시키며 후배들에게 병역 혜택을 안기며 병역 면제 브로커로 등극했다.
일본전과 동메달 결정전, 병역 면제, 그리고 부진을 만회하는 한 방, 박주영과 이승엽이 여러모로 겹쳐지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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