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를 밟은 시간은 단 3분 뿐이었지만 김기희(23, 대구)의 표정은 밝았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 대표팀은 11일(한국시간) 새벽 영국 카디프의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2012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3-4위전서 박주영의 선제골과 캡틴 구자철의 추가골에 힘입어 2-0의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지난 1948년 런던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았던 한국은 64년 만에 사상 첫 올림픽 4강 신화를 달성한 데 이어 동메달을 목에 거는 기쁨을 누렸다.

이 기쁨이 유독 각별한 이가 있다. 바로 홍명보호 18인 중 유일하게 경기에 단 1초도 나서지 못했던 김기희가 그 주인공이다. 결승 진출이 좌절되고 단 하나뿐인 동메달을 두고 숙적 일본과 다툼을 벌여야하는 팽팽한 접전 상황에서 김기희의 출전 여부는 딜레마였다.
병역법에 따르면 본선 경기에서 단 1초라도 뛰지 않은 선수는 동메달을 따더라도 병역특례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이 때문에 내내 벤치에만 머물러있어 경기 감각이 살아있지 못한 김기희를 승부처에 투입할 수는 없는 일. 특히나 상대가 영원한 맞수 일본이기에 부담감은 더했다.
하지만 전반 38분, 그동안 침묵했던 박주영의 선제골과 후반 12분 구자철의 추가골이 터지면서 여유로운 2-0 리드를 잡게 되자 상황이 변했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 흐름을 지켜보다 후반 44분 구자철을 빼고 김기희를 투입했고, 김기희는 그라운드를 밟고 자신에게 주어진 3분의 시간을 만끽했다.
축구선수로서 최고의 영예인 국가대표의 자리에 올라 더 많은 시간을 뛰고 싶다는 욕심이 없을 리 없었다. 그러나 김기희는 적어도 잃는 것보다 얻은 것이 더 많았다. 교체시간까지 포함한 김기희의 천금같은 3분은 그야말로 '해피타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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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디프(영국)=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