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AFP] 11일 엑셀 센터에서 열린 태권도 여자 67kg급 결승 경기. 한국의 황경선(빨강) 선수가 터키의 누르 타타르(Nur Tatar) 선수를 누르고 우승하였다. 경기 후 황경선 선수가 타타르 선수를 안아주고 있다. 2012. 8. 11. AFP / TOSHIFUMI KITAMURA / News 1
눈물나게 힘들었던 부상과 재활. 그 고통의 시간을 금메달 하나로 잊을 수 있게 됐다. 황경선(26, 고양시청)의 올림픽 2연패·올림픽 3회 연속 메달은 한국 태권도 역사에 유일한 기록이다.
황경선은 11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엑셀 사우스 아레나서 열린 '2012 런던 올림픽 태권도 여자 67kg급' 누르 타타르(20, 터키)와 결승전서 12-5로 승리를 거두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황경선은 2008년 베이징 대회에 이어 이번 대회서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 태권도 사상 첫 올림픽 2연패의 주인공이 됐다. 또한 2004년 아테네 대회 동메달 기록도 추가, 올림픽 3회 연속 메달 획득에도 성공했다.
황경선의 올림픽 2연패와 3회 연속 메달 획득은 한국 태권도사에 남을 기록이다. 한국에서 태권도 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만 해도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태권도 종주국인 만큼 뛰어난 기량을 갖고 있는 선수가 많다. 그렇지만 올림픽에 3회 연속 출전한 선수는 황경선이 유일하다.
그만큼 황경선은 빼어난 기량을 갖고 있었다. 8년 전 서울체고 3학년 재학 중이었던 황경선은 2004년 아테네 대회에 첫 출전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숙이기만 했다. 전혀 기뻐하지 않았다. 종주국이라는 위상 때문에 모든 사람이 당연히 금메달을 바랐기 때문이다. 황경선으로서는 동메달이 부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더욱 힘든 훈련을 소화했다. 오직 목표는 금메달 하나였다. 인고의 시간을 견뎌낸 황경선에게는 그에 따른 결과물이 있었다. 4년 뒤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 당당하게 금메달을 목에 걸며 그랜드 슬램(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 세계선수권, 올림픽 우승)을 달성한 것. 그제서야 황경선은 활짝 웃을 수 있었다.
하지만 대가가 존재했다. 바로 큰 부상이었다. 황경선은 당시 8강전에서 왼쪽 무릎을 다쳐 걸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를 악물고 결승전까지 뛰었다. 그 결과는 왼쪽 무릎 연골과 내측 인대 파열이었다. 불과 22세의 젊은 선수에게는 너무 큰 대가였다.
금메달과 부상을 맞바꾼 황경선의 재활 기간은 길고 길었다. 세계선수권 3연패를 위해 2009년 대표 선발전에 나섰지만 탈락에 고개를 숙였다. 재활 기간은 길었고 준비 기간은 짧았던 탓이다. 부진에 빠진 황경선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아시안게임 2연패도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좌절은 하지 않았다. 시련은 황경선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절치부심·와신상담은 그녀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서 동메달을 목에 걸며 부활의 신호탄을 알린 황경선은 모두가 어렵다고 평가한 대표 선발전을 가볍게 통과, 올림픽에 출전하는 4체급의 대표 명단에 가장 먼저 이름을 올렸다.
고진감래. 이제는 황경선에게 어울리는 단어다. 운동 선수에게 부상보다 무서운 것이 재활이라고 한다. 반복되는 훈련은 선수들을 무의미하고 건조하게 만든다. 심지어 재활을 포기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황경선은 그 모든 걸 견뎌냈다.
부상과 재활이라는 시련을 딛고 일어서서 한국 태권도사에 오랫동안 남을 위업을 달성한 황경선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쳐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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