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웅, 김기태호 첫 번째 작품 될 것인가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2.08.11 07: 58

“꼭 마무리훈련이나 전지훈련 등 비시즌에 잘하는 선수가 있다. 겨울에 공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본인도 많이 아쉬울 것이다.”
시즌 초 김기태 감독은 2군 명단에 있는 신재웅(30)의 이름을 보고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1월에 실시된 체력테스트에서 당시 신고 선수였던 신재웅은 상위권 성적을 올렸고 김 감독은 이를 높이 평가해 신재웅을 1군 등록선수로 전환, 곧바로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시켰다.
신재웅은 1차 사이판 전지훈련에 이어 2차 오키나와 전지훈련까지 팀 내 최고의 컨디션을 자랑했고 전지훈련 연습경기에선 일본 프로팀을 상대로 호투를 펼쳤다. 김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4월 8일 대구에서 열리는 삼성과 개막 2연전 두 번째 경기 선발투수로 신재웅을 낙점, 신재웅은 LG 선발진에서 에이스 벤자민 주키치의 뒤를 잇는 선발투수가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신재웅은 한국 귀국 후 부상이란 최악의 불운을 맞이했고 김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계획도 바뀌고 말았다. 신재웅은 3월초 시범경기 당시 상황에 대해 “오키나와에선 따뜻한 날씨에 완벽히 적응했고 그만큼 컨디션도 좋았었다. 근데 한국에 오니까 너무 춥더라. 추위 속에서 내가 몸관리를 제대로 못했고 부상도 당했다”고 돌아봤다. 차명석 투수코치는 신재웅이 시즌 개막 엔트리에 들어가지 못한 것과 관련해 “아쉽지만 신재웅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마음을 다잡고 다시 준비해주길 바랄 수밖에 없다”고 아쉬움 속에도 기대감을 유지했다.
불운은 한 번 더 찾아왔다. 6월 2일 마침내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신재웅은 6월 8일 잠실 두산전에서 가까스로 선발투수로 예고됐지만 경기가 우천연기 됐고 눈병으로 한 달을 빠졌던 선발투수 김광삼이 1군에 돌아오면서 다시 2군행을 통보받았다. 그래도 신재웅은 지난 6년 방출과 군입대, 재활 속에서 흘린 땀방울을 잊지 않으며 “비로 인해 경기가 우천연기되어 아쉬운 것은 사실이지만 열심히하다보면 다시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 믿는다”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결국 신재웅은 시즌 후반기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 3경기에서 2승 1패 평균자책점 2.16으로 마운드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신재웅의 장점은 뛰어난 제구력을 바탕으로 한 적극성이다. 이는 즉 김기태 감독이 시즌 전부터 투수들에게 강조한 ‘볼넷 없는 투구, 타자와의 승부를 두려워하지 투구’와도 일맥상통하는데 신재웅은 선발 등판한 경기에서 경기 당 2개가 되지 않은 볼넷을 기록 중이다. 비록 직구 구속은 130km 후반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마치 150km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처럼 마운드 위에서 당당하게 타자와 맞선다. 10일 경기에선 리그 최고의 타자 이승엽을 상대로 몸쪽 직구 승부 뒤 절묘한 슬라이더를 구사하며 두 번이나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간결한 투구폼 역시 신재웅의 장점인데 와인드업 자세 없이 셋포지션에서 바로 공을 던지면서 타자와의 타이밍 싸움에서도 우위를 점한다. 
신재웅은 10일 경기전 내리는 비를 보면서 “이제는 비가와도 초조하지 않다”고 웃었다. 만일 경기가 취소됐더라도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담담하고 차분하게 다음 등판을 준비하면 된다는 뜻이었다. 지난 몇 년 동안 김기태 감독과 차명석 투수코치는 2군에서 신재웅을 지켜봤고 현재 신재웅은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자신에게 바라는 모습을 완벽히 수행하고 있다. 신재웅은 “앞으로 몇 승을 올리겠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선발승은 나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단지 시즌 끝까지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 감독님과 코치님의 기대에 보답하고 싶다”고 남은 시즌 목표를 설정했다. 
절대 ‘포기’란 말을 꺼내지 않은 김기태 감독처럼, 신재웅 역시 역경과 시련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다. 신재웅이 김기태호의 첫 번째 작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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