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윤요섭(30)이 그동안 내려놨던 포수마스크를 다시 쓰고 있다.
윤요섭은 전지훈련까지만 해도 1루수와 포수 연습을 병행했지만 시즌 개막 후에는 포수진에서 제외됐다. 코칭스태프는 윤요섭이 포수로서 능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타격에 소질이 있어 1루수로 포지션을 변경, 장점을 극대화시키려했고 윤요섭은 2군에서 포수가 아닌 1루수와 지명타자로 출장했다.
그러나 막상 야구 인생을 함께해온 포수마스크가 쉽게 손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윤요섭은 시즌 중 김기태 감독과의 면담을 통해 포수로 돌아가겠다고 요청했고, 김기태 감독이 이를 승낙하면서 다시 포수장비를 챙겼다. 6월 12일 잠실 SK전에서 2010시즌 이후 처음으로 1군에서 포수로 출장한 뒤 “항상 꿈에선 포수마스크를 쓰고 투수의 공을 받았다. 서른 살이란 나이가 많으면 많다고도 볼 수 있지만 앞으로 내 야구 인생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새롭게 각오를 다졌다.

전 소속팀인 SK에서 이미 포수 불가판정을 받은 만큼 포수 복귀가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않았다. 블로킹 미스와 포구 미스, 게다가 주자로서 주루 플레이에서 실수하며 두 차례 1군 엔트리 말소를 겪었다. 팀 내 많지 않은 3할대 우타자지만 김기태 감독은 윤요섭이 정신자세를 가다듬고 포수로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 2군에서 보다 많은 훈련을 소화하도록 의도했다.
이후 김 감독은 지난 9일 윤요섭을 1군 엔트리에 포함시켰다면서 “윤요섭이 2군에서 포수 훈련을 많이 했다고 하더라. 2루 송구 같은 부분도 많이 좋아졌다는 보고를 받아 1군에 올렸다”고 말했다. 윤요섭은 1군 등록 후 하루 후인 10일 경기에서 포수로 선발 출장, 동갑내기 좌완투수 신재웅과 배터리를 이뤘고 1회말 배영섭의 2루 도루를 잡아내며 선취점 허용을 방지, 신재웅을 비롯한 투수들과 절묘한 호흡을 과시하며 5-0 영봉승을 합작했다.
이날 승리 후 윤요섭은 “아직 내가 포수로서 부족한 만큼 투수의 기분과 성향에 최대한 맞추려고 있다. 신재웅의 공이 좋았고 자신감도 있었기 때문에 신재웅 마음대로 편히 던지게 했다”며 “포수로서 선발투수의 무실점도, 내가 멀티히트를 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좋은 것은 팀이 승리하는 것인데 오늘 이겼다”고 웃었다.
아직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듣고 1군 무대 경험도 적다. 그래도 도루저지 같은 경우 표본이 많지는 않지만 10번의 도루 시도 중 6번을 잡아내며 도루저지율 6할을 기록 중이다. 포수로서 갖춰야할 근력도 뛰어난 편이다. 해병대 전역 후 신고선수로 프로에 입단한 만큼 근성 역시 확실하다. 비록 남들보다 프로 입단도 늦었고 포지션 정착에도 시간이 걸리고 있지만 윤요섭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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