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베스트 5' 손연재가 만족하면 안되는 이유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2.08.12 00: 31

한국 리듬체조에 새 역사를 썼다. 그러나 여기에서 만족해서는 안 된다. 18세 소녀는 스스로도 놀란 성적에 뒤따르는 더 큰 책임감을 안게 됐다.
한국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리듬체조 결선에 진출했던 '리듬체조요정' 손연재(18, 세종고)가 5위로 런던올림픽을 마감했다.
손연재는 1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선서 후프(28.050)-볼(28.325)-곤봉(26.750)-리본(28.350점)으로 합계 111.475점을 기록, 전체 5위에 오르며 한국 리듬체조 사상 최고 성적을 경신했다.

당초 런던을 위한 여정에 오르기 전 손연재의 목표는 명확했다. "실수 없는 연기를 펼치는 것, 그리고 예선 10위 안에 들어 결선에 진출하는 것". 리듬체조 변방의 나라에서 '황새'들을 쫓아가기 위해 러시아 등 강국들을 전전하며 훈련에 훈련을 거듭했던 손연재는 부쩍 늘어난 기량에도 불구하고 겸손한 목표로 스스로를 달래왔다.
이날 손연재가 받은 111.475점은 자신의 최고기록인 112.900점(FIG 타슈겐트 월드컵)에 약간 못 미치는 기록. 후프와 볼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며 3위에 랭크, 동메달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어봤지만 자신의 취약 종목이었던 곤봉의 실수가 뼈아팠다. 그러나 리본에서 잘 마무리한 손연재는 5위로 대회를 마감하며 올림픽 직전 자신이 세웠던 '결선 진출'의 목표 그 이상을 달성해냈다.
목표 이상을 달성했지만 손연재는 여기에서 만족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실력에 비해 이름이 먼저 알려지면서 손연재는 많은 비난과 직면해야 했다. 2011 프랑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1위에 들며 런던행 티켓을 따낸 손연재는 2012년 국제체조연맹(FIB) 월드컵시리즈에 가급적 빠짐없이 참가하며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많은 국제대회를 누비면서 실력이 일취월장했지만 국내 팬들이 손연재의 실력을 접할 수 있는 통로는 한계가 있었다. 올림픽 준비에 매진하느라 대회에 참가하지 않은 예브게니아 카나예바나 다리아 드미트리예바(이상 러시아) 등과 비교되며 '예쁘장한 실력 미달의 체조선수'라는 딱지를 떼지 못했다.
하지만 손연재는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이 국제 무대에서 겨룰 수 있는 충분한 실력이 있음을 국내 팬들에게 입증했다. 메달권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충분히 메달 다툼이 가능한 5위에 올라 그동안의 노력이 헛수고가 아님을 증명한 것.
올림픽 5위는 시작일 뿐이다. 한국 리듬체조 사상 최고 성적을 경신한 손연재는 이제부터 또다른 역사를 만들어가야 한다. 변명은 용납되지 않는 실력의 세계에서 아름다운 연기로 팬들을 매료시켜야 하는 더 크고 어려운 목표가 손연재를 기다리고 있다. 올림픽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세상에 알린 손연재가 모두의 사랑을 받는 '국민요정'으로 거듭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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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영국)=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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