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전준우(26)에게 올해 7월은 너무도 잔인한 달이었다. 극심한 타격부진에 빠져 월간타율은 2할대 초반에 머물렀고 수비에서도 허점을 드러냈다. 개인적인 일까지 겹쳐 야구가 너무나 안 되던 시기, 결국 전준우는 2010년 1군 주전선수로 자리잡은 후 처음으로 2군에 내려가야 했다.
전준우에게 열흘간의 2군 생활은 확실히 보약이 됐다. 7일 잠실 LG전에서 1군에 복귀한 전준우는 이후 4경기 연속으로 안타를 기록, 타격부진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모습이다. 무엇보다 2군에 다녀온 뒤 그라운드에서 집중력이 돋보인다.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던 '팔방미인'의 모습을 다시 엿볼 수 있다.
복귀 후 전준우는 줄곧 1번타자로 출전해 매 경기마다 최소 2번씩 출루에 성공하고 있다. 4경기에서 전준우가 올린 득점은 벌써 5점, 참고로 7월 전준우가 14경기에서 올렸던 득점은 단 4점이었다. 또한 9일 잠실 LG전과 11일 광주 KIA전에서 2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기록, 타격감각도 어느 정도 되찾았음을 입증했다.

11일 경기는 공수 모두에서 활약한 전준우의 진가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전준우는 1회 선두타자로 나서 KIA 선발 헨리 소사를 상대로 깔끔한 중전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4경기 연속 첫 타석 출루다. 1-0으로 박빙의 리드를 지키던 5회 1사 2루에선 우전 적시타로 귀중한 타점을 올렸다. 7월 1타점에 그쳤던 전준우는 복귀 후 첫 타점을 신고했다.
수비에서도 전준우는 빼어난 집중력을 보여줬다. 4회 1사 1루에서 조영훈의 타구는 광주구장 가운데 펜스 가장 깊숙한 위치까지 날아갔다. 이때 전준우는 펜스를 등지고 정확한 점프 캐치로 타구를 글러브로 걷어냈다. 타구에 대한 집중력이 없었다면 쉽사리 처리하긴 힘든 타구였다.
사실 양승호 감독이 전준우를 2군으로 내려보낸 계기도 바로 수비였다. 당시 양 감독은 "방망이가 안 맞는 건 타격 슬럼프니까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수비에서라도 집중력을 보여줘야 하는데 (전준우는) 그렇지 못했다"며 2군행의 이유를 설명했었다. 지난달 27일 잠실 두산전에서 8회 1루주자였던 고영민을 2루까지 보내준 것에 대한 문책이었다.
이처럼 전준우는 복귀 후 달라진 타격감각과 수비 집중력으로 팔방미인의 모습을 되찾았다. 11일 경기를 승리로 이끈 뒤 전준우는 "이제는 타격감이 돌아왔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시즌 전준우로부터 좀처럼 듣기 힘들었던 말이었다. 그만큼 자신감을 되찾았다는 증거다. 또한 전준우는 "순위 싸움이 한창이기 때문에 수비에서도 더욱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좋은 플레이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8월 4경기에서 전준우의 성적은 타율 4할(15타수 6안타) 1타점 5득점 1도루, 모두가 전준우에게 기대했던 플레이가 이제야 나온다. 전준우가 후반기 롯데의 키 플레이어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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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백승철 기자,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