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야수 출신의 외야수. 한때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손아섭(24)은 수비가 약점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타고난 어깨는 강했지만 송구의 정확도는 아쉬움이 남았고 타구판단도 보완이 필요했다.
하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손아섭의 외야 수비는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특히 강하고 정확한 외야에서의 송구는 손아섭 만의 특기였다. 작년 보살 17개를 기록한 손아섭은 전체 1위에 올라 그의 전임자였던 카림 가르시아를 잊게 하는 수비를 뽐냈다.
올 시즌도 손아섭의 정확한 '총알 송구'는 유효하다. 보통 외야수 가운데 우익수의 어깨가 가장 중요하다. 특히 1루에서 3루로 뛰는 주자를 저지하는 데 우익수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작년 보살 1위에 오른 손아섭의 정확한 송구는 이제 상대팀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그래서 발 빠른 주자들도 손아섭 쪽으로 타구가 가면 섣불리 뛰지 못한다. 손아섭은 어느덧 상대팀 주자의 적극적인 주루를 억제하는 존재로까지 올라선 것이다. 마치 지상에서 공중의 적을 요격하는 '지대공 미사일'처럼 말이다.

타율 3할1푼5리로 팀 내 타격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손아섭은 수비에서도 그에 못지않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롯데를 상대하는 팀들은 희생플라이 상황에서도 우익수 방향으로 타구가 향하면 섣불리 뛸 엄두를 내지 못한다. 보살을 기록할 기회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손아섭은 현재 보살 11개로 전체 1위에 올라 있다.
11일 광주 KIA전은 손아섭의 주자억제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 두 차례 있었다. 롯데가 1-0으로 앞선 2회말, KIA는 1사 2루에서 김주형이 우익수 방면 짧은 타구를 날렸다. 누가 보더라도 안타가 될 확률이 높은 타구. 이때 2루주자 안치홍은 손아섭의 어깨가 강하다는 사실을 감안해 타구를 끝까지 확인하지 않고 스타트를 끊었다. 조금이라도 출발이 늦으면 홈에서 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아섭은 전진수비를 통해 타구를 바로 잡았고, 2루로 송구해 안치홍까지 잡아냈다.
KIA의 기회는 3회에도 이어졌다. 1사 만루에서 이번엔 김원섭이 우익수 쪽 플라이를 쳤다. 3루주자 차일목이 들어오기엔 충분한 타구. 타구가 잡힌 순간 리터치를 한 차일목은 갑자기 3루로 귀루를 시도했다. 손아섭의 강한 어깨에 생각이 미쳐 홈에서 아웃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손아섭은 2루에서 리터치를 한 김선빈을 잡기 위해 2루로 송구를 한 상황. 결국 차일목은 홈을 밟지 못했고 애꿎은 김선빈만 잡히고 말았다. 역시 더블아웃이다.
이날 손아섭은 2개의 보살을 추가, 이 부문 단독선두에 올라섰다. 롯데가 3-1로 승리를 거뒀기에 사실상 팀 승리를 지켜낸 것과 다를 바 없다. 경기가 끝난 뒤 손아섭은 "요즘 방망이가 안 맞으니 수비에서라도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한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2회 안치홍을 잡아낸 건 수비 시프트와 손아섭의 어깨가 만들어 낸 것이다. 당시 상황에 대해 손아섭은 "코치님께서 김주형이 치기 직전에 수비 위치를 앞쪽으로 당기라고 하셨다. 그래서 한 발씩 앞으로 가던 중 마침 짧은 타구가 나왔고, 그래서 바로 타구를 처리할 수 있었다"고 했다. 또한 3회 보살 장면은 "단지 커트맨이 3루쪽에 있어서 그쪽으로 송구를 한 것뿐이다. 운이 좋았다"고 자세를 낮췄다.
이제 손아섭의 송구능력만을 놓고 추신수의 이름을 올리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다. 이에 손아섭은 "아직 내가 한참 모자란다. 그렇지만 추신수 선배는 언제까지나 내가 따라가야 할 목표와 같다"며 각오를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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