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AFP] 12일 바스켓볼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핸드볼 동메달 결정전에서 2번의 연장전 끝에 한국이 스페인에 29-31로 패하였다. 선수들의 경기 장면. 2012. 8. 12. AFP / JAVIER SORIANO / News 1
4년에 딱 한 번 폭발적인 관심을 갖는 비인기 종목. 그러나 28년 동안 한 번도 배신하지 않은 종목이 바로 여자 핸드볼이다.
한국 여자 핸드볼은 12일(한국시간) 새벽 영국 런던 농구 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여자 핸드볼 3~4위 결정전에서 스페인에 29-31로 아쉽게 패했다. 2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에 접전이었지만 결국 노메달에 그쳤다.
그렇지만 여자 핸드볼은 여전히 불가사의한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한국 여자 핸드볼은 올림픽에 처음 참가한 1984년 LA 대회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이후 1988년 서울과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에서 올림픽 2연패를 차지하는 등 총 금 2개 은 3개, 동 1개를 따냈다.
딱 한 번 2000년 시드니 대회에서 4위를 차지하기는 했다. 4강서 덴마크에 패한 뒤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노르웨이에 분패, 메달을 따지 못했다. 그러나 28년 동안 한 번도 빠짐 없이 세계 4강 대열에 합류했다.
열악하다고 소문난 한국 핸드볼 현실을 보면 더 없이 장한 일이다. 대한핸드볼협회에 따르면 현재 등록된 팀은 남녀 합해 모두 181개다. 그 중 여자는 89개팀. 초등학교 25개, 중학교 25개, 고등학교 22개, 대학교 8개, 일반 9개팀이다. SK그룹이 후원하는 'SK 핸드볼코리아리그'로 그나마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다.
유럽의 눈으로 보면 '불가사의'한 팀이 바로 한국 여자 핸드볼이다. 어처구니 없는 시설적, 인적 인프라는 제외하더라도 턱없이 부족한 경기 경험을 한 선수들로 우수한 체격과 체력까지 우세한 유럽 선수들을 이겨내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은 각국은 물론 국가간 리그, 평가전을 통해 활발한 교류에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점점 더 강한 '핸드볼 유럽'을 형성하고 있다. 실제 1976년 몬트리올 대회부터 정식 종목이 된 여자 핸드볼은 유럽판이다. 이번 대회도 마찬가지. 노르웨이와 몬테네그로가 결승전에 올랐다.
그동안 올림픽에서 유럽 외에 메달을 따낸 국가가 한국과 중국 외에 없었다. 이는 4강까지 범위를 넓혀도 마찬가지. 그나마 중국은 1984년 단 한 번 동메달을 따낸 후 4강 안에 들어온 적이 없다. 상대적으로 한국이 더욱 불가사의할 수밖에 없다.
메달수로 따지면 이런 불가사의함은 더하다. 구 소련이 금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따냈다. 2008년 대회서 러시아가 은메달을 따낸 것까지 합하면 4개다. 노르웨이도 2008년 금메달을 비롯해 1988년과 1992년 은메달을 따내 이번 대회까지 합하면 4개의 메달을 보유하고 있다. 덴마크가 1996년부터 2004년까지 올림픽 3연패로 금메달 3개를 따내고 있다.
세계랭킹만 봐도 흥미롭다. 한국은 세계랭킹 8위다. 그러나 1위부터 7위까지 모두 유럽국가가 차지하고 있다. 독일이 가장 위에 있고 러시아, 헝가리, 루마니아, 노르웨이, 덴마크, 세르비아가 그들이다. 한국 뒤로 나열돼 있는 폴란드, 오스트리아, 프랑스, 체코 등이 모두 유럽이다. 일본이 13위.
이 틈바구니서 한국은 1984년부터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따냈다.
이런 여자 핸드볼팀이 이번에 메달을 놓쳤다고 비방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경기 내용에 대한 건설적인 비판을 가할 수는 있다. 부상 선수에 대한 관리를 하지 못한 데 따른 비판도 당연하다. 더 나은 경기력을 펼쳐야 하는 것이 맞기 때문이다. 노메달이 아니라 또 한 번 4강 역사를 이뤘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번 대회는 여자 핸드볼에 있어 또 다른 평가가 내려질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세대교체다. 부상 선수들이 많아 제 기량을 뽐낼 수 없었고 노르웨이와 똑같은 '악연'을 맺은 것은 아쉽다. 하지만 '우생순'의 투혼을 고스란히 이어갈 수 있게 된 세대교체라는 측면에서 더욱 희망적이다. 불가사의한 여자 핸드볼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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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