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AFP] 12일 바스켓볼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핸드볼 동메달 결정전에서 2번의 연장전 끝에 한국이 스페인에 29-31로 패하였다. 이은비, 김정심, 골키퍼 문경하 선수가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12. 8. 12. AFP / JAVIER SORIANO / News 1
8년 전의 기억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이 재연된 런던에서 언니와 동생들은 넘어서지 못한 마지막 한 걸음에 또 한 번 눈물을 삼켰다.
한국은 1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농구경기장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여자 핸드볼 동메달 결정전에서 스페인에 2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29-31으로 패했다.
2004 아테네올림픽 결승전 상황이 다시 한 번 펼쳐진 것 같았다. 정지해의 극적 동점골로 28-28 균형을 맞춘 한국이 2차 연장전으로 돌입할 때까지만 해도 모두는 눈 앞에 재연된 '우생순'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겠다는 각오에 차 있었다.
그러나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부상 악재와 함께 체력의 한계에 부딪히며 어려운 경기를 해왔던 한국에 남은 것은 투혼뿐이었다. 온몸을 내던져 경기를 펼쳤지만 연장에 재연장을 거듭한 선수들의 체력은 한계에 달해 있었다. 7m스로마저 번번이 놓친 끝에 올림픽 3회 연속 메달 획득이 좌절되는 순간, 선수들은 코트 바닥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풀지 못한 한이 너무 컸다.
'우생순' 신화가 탄생했던 2004 아테네올림픽 당시 한국은 사상 최악의 전력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준비된 선수도 부족했고, 오죽했으면 은퇴했던 노장 선수들을 불러 모으기까지 했다. 그러나 결승전에 오른 한국은 덴마크를 맞아 2차 연장 접전 끝에 34-34로 비겼다. 승패를 결정짓는 승부던지기 결과 2-4로 패하며 아쉬움의 눈물을 삼켰지만 그 감동적인 승부는 영화화되어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우생순' 시대를 열었던 언니들의 뒤를 이어 한국 여자 핸드볼을 짊어진 동생들은 해피엔딩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다. 눈물과 감동으로 회자되는 우생순의 이미지를 벗고, 행복하게 웃는 여자 핸드볼의 시대를 열어야한다는 책임감이었다.
세대교체라는 변화를 받아들인 한국은 부상에 시달리고 체력이 바닥나면서도 악착같은 근성으로 달려든 조효비(21) 류은희(22, 이상 인천시체육회) 심해인(25) 정지해(27, 이상 삼척시청) 권한나(23, 서울시청)의 동생들을 중심으로 올림픽 4강을 다시 한 번 달성했다.
비록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딛고 '우생순'으로 찬란하게 피어났던 언니들의 뒤를 이어 세대교체를 이뤄낸 동생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투혼을 불사르며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한 그들이 다시 뛸 2016년이 기대되는 이유다.
costball@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