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실점 후유증. 1999년처럼 일어설 수 있을까.
'코리안특급' 한화 박찬호(39)가 한국 데뷔 후 최악의 피칭으로 무너진지 5일 만에 다시 선발 마운드에 오른다. 12일 목동구장에서 열리는 넥센과의 원정경기에 선발 예고된 것이다. 그는 지난 7일 대전 두산전에서 4이닝 8피안타 3볼넷 1탈삼진 8실점으로 한국 데뷔 후 최악의 피칭을 펼쳤다. 한국 데뷔 후 최다실점으로 시즌 6패(5승)째를 당했다.
4회까지 1실점으로 잘 막았지만, 5회 시작과 함께 안타 5개와 볼넷 2개로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며 7실점했다. 올 시즌 남다른 위기관리능력을 자랑한 박찬호이기에 더욱 아쉬움이 가득했다. 3회 정진호의 강습 타구에 오른쪽 발목 복숭아뼈를 강타당한 것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튿날 박찬호는 전혀 핑계를 대지 않았다. 그는 "다친 것과 투구는 아무런 관계없다. 내가 못 던지고, 두산 타자들이 잘 친 것이다. 두산 타자들이 집중력 있게 세게 붙으려는 모습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에 인색했던 심판 판정에 대해서도 "그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내가 더 잘 던졌어야 했다"며 모든 걸 자기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패배 자체에 대한 아픔은 잊은 채 오히려 뭐가 문제였는지 분석하는데 집중했다. 그는 "최악의 투구를 했지만 아쉬움은 없다. 그동안 이보다 더한 일도 있었다"며 "대신 비디오를 보면서 무엇이 부족했는지 찾아보고 보완하는데 집중했다. 좋았을 때와 안 좋을 때 느낌이 어떻게 다른지 찾으려 했다"고 말했다.
송진우 투수코치도 "1년에 30경기 나온다고 치면 3~4경기 정도 그럴 수 있다. 나 역시도 현역 때 그랬다. 가끔은 내 의지와 관계없이 이상하게 안 풀리는 경기가 있다. 찬호에게는 그날이 그랬다"며 그를 위로했다. 그로부터 5일 만에 다시 또 마운드 오른다.
상대는 박찬호가 가장 강한 면모를 보여온 넥센이다. 올해 넥센전 2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1.74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 1점대 팀은 넥센이 유일하다. 그러나 2경기에서 각각 5이닝과 5⅓이닝만 던졌다. 잘 던졌지만 완벽하게 압도한 것은 아니다.
과연 박찬호가 8실점 후유증을 딛고 일어설 수 있을까. 박찬호가 말한 '8실점보다 더한 일' 중 하나로 1999년 4월24일(이하 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전에서 페르난도 타티스 한 타자에게만 3회초 한 이닝에 만루홈런 두 방을 맞은 적이 있다. 2⅔이닝 11실점(6자책) 패전. 이는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한 경기 개인 최다실점 기록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충격의 '한만두' 이후 5일만의 등판이었던 4월29일 밀워키전에서 박찬호는 6⅔이닝 2실점으로 승리하며 보란 듯이 일어선 기억이 있다. 이번에도 박찬호가 곧바로 최다실점 충격을 딛고 일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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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