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남자가 운전 중 후진할 때 팔은 보조석 머리에 걸치고 고개를 다섯 시 방향으로 틀고 핸들을 돌리면 반한다?'
본격 연인 모드로 접어든 KBS 2TV 주말연속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굴당)의 천재용(이희준 분)-방이숙(조윤희 분) 커플이 연애에 서툰 남녀의 깨알 같은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가슴까지 콩닥 거리게 만들고 있다. 연애의 기술을 책으로 배운 남자(천재용)와 짝사랑만 일등인 '미련 곰팅이' 여자의 수줍고 어눌한 로맨스. 닳고 닳지 않아서, 순수하고 애틋해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만드는 '완소'(완전 소중한) 커플이다.
지난 11일 방송된 '넝굴당'에서는 천재용과 방이숙이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고 본격적인 연애에 돌입했다. 곰팅이 같은 방이숙은 퇴근길 버스 안에서 천재용과의 지난 일을 떠올리다 불현듯 깨달음을 얻었다. 급하게 버스에서 내려 빗길을 내달린 그녀는 불이 꺼진 레스토랑 앞에서 천재용에게 전화를 걸어 "(연애만 해도) 돼요"라고 말하며 비로소 마음을 열었다. 근처에 숨어 그녀의 전화를 받은 천재용은 기적 같은 그녀의 승낙에 뛸 듯이 기뻐하며 방이숙의 우산 속으로 돌진했다. 마침내 두 사람이 한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연인의 모습을 예고한 순간.

벅찬 가슴을 안고 집으로 돌아간 천재용은 책을 보면서 '여자들이 남자에게 반하도록 만드는 기술'을 연마(?)하고 이튿날 아침부터 방이숙의 집 앞으로 찾아갔다. 놀라는 그녀를 차에 태우고 함께 출근을 하는 천재용은 그저 싱글벙글. 아닌 척 했지만 방이숙 역시 안 뿌리던 향수를 뿌리고 안하던 화장을 하고 동생 방말숙(오연서 분)의 예쁜 옷까지 빌려 입고 나온 상황. 연애를 하면 달라지는 남녀의 깨알 같은 에피소드를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웃음과 공감을 자아냈다.
천재용은 여자에 대해 무척이나 잘 아는 듯, 연애 도사인 듯 굴지만 실은 방이숙을 보기만 해도 숨을 못 쉬는 숙맥 면모를 갖춘 남자. 영화 '프리티 우먼'을 패러디하듯 방이숙을 옷 가게로 데려가 예쁜 원피스를 선물하고는 그녀의 눈부신 자태에 이성을 잃고 마는 귀여운 모습을 보였다. '곰팅이' 방이숙은 천재용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역시나 숙맥처럼 굴면서도 점차 자신의 마음속에 커져가는 천재용의 존재감을 깨달으며 묘한 설렘에 빠졌다.
두 사람이 보여준 연애 초보 커플의 모습은 마치 연애학개론이라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남자란, 여자란 이런 동물이다'서부터 '연애란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공식이라도 있는 걸까. 책을 보고 익히고 친구나 가족에게 물어봐가며 깨닫는, 이제 막 연애 걸음마를 뗀 두 사람의 행보가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천재용-방이숙 커플은 그간 '넝굴당' 속 어느 커플들보다도 시청자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고 있던 상황. 능청맞지만 순수한 천재용과 미련해서 더 정이 가는 방이숙의 알콩달콩 로맨스가 보는 이들의 공감을 사기 충분하다. 서로의 진심을 숨기고 먼 길을 돌아왔던 두 사람에게 핑크빛 미래가 계속될 것인지 남은 '넝굴당'을 지켜보는 즐거운 관전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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