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배우 황정민이 2012년을 분주하게 보내고 있다. 속된 말로 발바닥이 안보이게 뛰어다니는 중이다. 영화에서 드라마로, 그리고 뮤지컬에서 다시 영화까지 영역과 장르를 가르지않고 톱스타다운 진면목을 마음껏 뽐내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욕심 많은 황정민씨, 도대체 못하는 게 뭡니까?"
올 새해 극장가에서 기분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엄정화와 호흡을 맞춘 코미디 '댄싱퀸'로 설연휴 박스오피스를 관통하며 새해 첫 한국영화 100만 관객 돌파의 영예를 차지했다. 황정민이 따뜻하고 매력적인 훈남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던 '댄싱퀸'은 최종 400만명을 돌파하며 생애 최다관객 기록을 세웠다.
영화의 성공에 기뻐할 틈도 없이 그가 선택한 무대는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대문호 세르반테스와 그의 걸작 '돈키호테' 속 돈키호테를 오가는 1인2역 연기로 연일 만원사례를 내걸고 있다.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뭐하나 빠지지 않는 브로드웨이 히트 뮤지컬 주연을 맡아서 관객을 웃기고 울리는 중이다.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실 영화 뿐 아니고 뮤지컬 경력도 화려하다. 1997년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시작으로 '캣츠' '모스키토'(이상 1999)부터 2009년 '웨딩싱어'까지 다수의 작품에서 좋은 공연을 선보였다. 조승우 유준상 등과 같이 영화-뮤지컬의 흥행을 보증하는 몇 안되는 스타 배우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황정민은 다작을 하는 배우다. "배우는 연기를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그는 이미지 관리나 여러 조건을 따져서 출연하고 안하는 '잔머리'를 굴리지 못한다. '작품이 좋으면 조건을 따지지 않는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의 연기 스펙트럼은 폭 넓게 펼쳐진다. 천사처럼 순수하고 착한 남자('너는 내운명' '그저 바라만보다가'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나쁜 놈('달콤한 인생')으로 오락가락하더니, 사극('구르믈', '평양성')에서 현대물, 바람둥이 차도남('행복' '바람난 가족')부터 순정파 시골사람('너는 내운명')까지 시공간을 따지지 않는 무한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중년에 들어서며 배우로서 정점에 오른 황정민은 지칠줄 모르고 40대 톱스타들 가운데 가장 왕성한 활동을 과시하고 있다. '댄싱퀸' 홍보가 끝나자마자 바로 '맨 오브 라만차' 연습에 들어갔고 현재는 영화 '신세계'와 '전설의 주먹' 촬영이 줄지어 기다리는 폭풍 스케쥴로 몸무게가 10kg 가까이 빠진 상태다.
그런 황정민의 진짜 성격은? 때로는 물불 안가리는 급하고 직선적인 성격이고 싫은 건 참지 못한면서도 유머 넘치는 다정남이다.이게 가능하긴 한걸까. 얼마전 출연했던 SBS 예능프로그램 '고쇼(Go Show)'에서 그는 '욱'하는 남자, 겸손한 배우, 다정한 남편 등 '인간 황정민'의 다양한 면모를 선보여 시청자 공감을 산 바 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배우 황정민은 세간에 널리 회자되는 어록을 갖춘 흔치않은 연예인이다. CF에 자주 등장하고 수많은 패러디를 낳았던 2005년 제26회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너는 내 운명') 수상소감이 대표적이다.
"사람들에게 일개 배우 나부랭이라고 나를 소개합니다. 60여 명의 스태프들이 차려놓은 밥상에서 나는 그저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나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죄송합니다. 트로피의 여자 발가락 몇 개만 떼어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고쇼'에서 황정민은 후일담을 밝혔다. "'배우 나부랭이'라는 말 때문에 선배님들에게 욕을 많이 먹었다. 그건 그분의 생각이니까 불쾌하셨던 것에 대해 사과를 드리는 게 예의다"라며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연기를 할 뿐이다. 배우라고 해서 우쭐하는 것이 싫었다"고 했다.
어찌됐건 황정민은 타고난 연기자이지만 한 순간도 게을러지지 않는 노력파임에 분명하다. 경상남도 마산 출신인 그는 억센 억양의 사투리를 고치기 위해 1년간 부모님과 대화를 거부한 적이 있단다. mcgwir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