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쟁한 코미디 사극 두 편이 펼치는 진검 승부가 8월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이하 바람사)는 코미디 장르에서 독보적인 활약을 펼쳐온 '2천만 배우' 차태현의 첫 사극 블록버스터. 하지만 그 화려한 명성과 소문에 비해 막상 뚜껑 안 먹을거리는 시원찮다는 이중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코미디 장르에서 유독 강세를 보여 온 차태현은 '바람사'에서 비상한 두뇌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얼음 전쟁의 작전을 세우고 각 분야 전문가들을 소집하는 덕무로 분해 영화의 중심을 이끈다.
'바람사'는 차태현이 거부할 수 없는 유쾌한 매력과 개성으로 극의 코믹한 재미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전형적인 '차태현표' 코미디다. 오지호, 민효린, 이채영, 성동일, 고창석, 송종호, 천보근, 김향기 등 개성 강한 조연들 이 출연하지만 차태현 1인쇼의 한계를 벗지 못했다.
이에 비해 '나는 왕이로소이다'(이하 나는왕)는 주연 주지훈을 둘러싼 명품 조연들의 강력한 팀워크로 짜임새 있는 코미디를 연출하는 데 성공했다. 훤칠한 키와 조각같은 외모로 '모델 출신'이라는 수식어를 꼬리표처럼 달고 다니던 주지훈도 '나는왕'에서 기존의 '완벽남' 이미지를 과감하게 벗어 던지고 화장실 뒤처리도 제 손으로 하지 못하는 '허당' 세자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주지훈의 첫 코미디 도전에 우려섞인 시선을 보내던 관객들도 왕이 되는 것을 죽도록 싫어한 소심한 세자 충녕과 아씨를 위한 일이라면 무조건 달려들고 보는 단순무식한 노비 덕칠을 천연덕스럽게 오가는 주지훈의 연기력에 찬사를 보내고 있는 상황.
하지만 주지훈을 돋보이게 만드는 건 좀처럼 한자리에서 만나기 힘든 코미디 지존들의 조연 가세가 배경이다. '돈의 맛' 백윤식을 비롯해 '괴물'의 천만관객 명배우 변희봉, '순풍 산부인과' 박영규, '신사의 품격' 김수로, '다찌마와리' 임원희 등 말 그래도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해 배꼽 잡는 코믹 연기를 선보였다.
출중한 연기와 노련미를 앞세운 이들 명품 조연들의 코미디 합은 '개그 콘서트'의 폭소탄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여기에 '세자빈'으로 출연한 신예 이미도가 '여자 납뜩이'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로 점잖은 웃음을 선사하면서 뜨는 별로 이름을 알리는 중이다. nayou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