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절대 강세 펜싱에서 한국의 이름을 드높였지만 상대적으로 '국기' 태권도도 더 이상 한국의 당연한 메달밭은 아니었다.
태권도는 2012 런던올림픽에 출전하고 있는 한국선수단에 기대감을 갖게 했다. 대회 막바지에 포진, 금메달로 순위를 끌어올려 주며 효자 노릇을 해줄 것으로 믿었다.
역대 최다 13개의 금메달을 따낸 2008년 베이징 대회를 넘어설 것이라 예상할 수 있었던 것도 태권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이 12개의 금메달을 따낸 상태서 시작된 태권도는 선두주자 이대훈이 남자 58kg급에서 은메달을 따내 아쉬움을 남겼지만 지난 11일 황경선이 여자 67kg급에서 13번째 금메달을 선사했다.

그러나 한국은 태권도가 모두 끝난 12일(한국시간) 오전 현재 2012 런던올림픽 폐막을 앞둔 현재까지 여전히 금 13개(은7, 동7)에 머물러 있다. 종합 순위는 5위.
남자 +80kg급 차동민과 여자 +67kg급 이인종이 8강에서 패했다. 더구나 둘은 메달 획득에도 실패했다. 단 한 번도 노메달이 없었던 태권도는 이번 대회를 금 1개, 은 1개로 최종 마감했다. 나쁘지 않은 성적일 수 있다. 하지만 역대 가장 좋지 않은 성적이다. 내심 양궁처럼 출전하는 4개 이벤트에서 모두 좋은 성적이 나오리라 예상했기에 상대적으로 아쉬움이 컸다.
김세혁 태권도 대표팀 총감독이 "종주국이라는 말이 무색해졌다. 이제 세계 태권도는 완전하게 평준화됐다"면서 "기술적인 면에서 아직 우위에 있을 수 있으나 신장에서 밀리고 있다"고 다른 국가들의 거센 도전을 경고했으나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000년 시드니 대회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후 항상 효자 노릇을 해왔던 태권도였기 때문이다.
태권도는 시드니에서 금 3(김경훈, 정재은, 이선희), 은 1(신준식)개를 따냈다. 2004년 아테네에서도 금 2(문대성, 장지원), 동 2(송명섭, 황경선)개를 목에 걸었다. 이 때 대만이 금 2개, 은 1개로 추격해 경계에 나섰다. 하지만 2008년 베이징에서 출전 체급의 금 4(손태진, 차동민, 임수정, 황경선)개를 싹쓸이하는 쾌거를 올렸다. 한국 태권도의 위상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이렇듯 지난 3개 대회 동안 출전 선수 전원이 메달을 목에 걸며 따낸 메달이 모두 12개. 이 중 금메달이 9개(은1, 동2)로 가장 많았던 태권도였다. 항상 출전국 중 가장 많은 금메달과 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베이징 올림픽 이듬해인 2009 코펜하겐 세계선수권에서 중국이 사상 처음으로 여자 종합 1위에 올랐고 작년 경주 세계선수권에서 남자도 이란에 뒤져 20회 연속 종합 우승이 좌절됐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남녀 종합 1위를 각각 이란과 중국에 내줬다. 그럼에도 한국이 종주국이기에 변화된 위상을 애써 부인했다.
이번 대회 결과는 전체적으로 충격적이었다. 금메달은 8체급이 모두 각기 다른 나라로 돌아갔다. 하지만 메달수는 스페인(금1 은2)과 중국(금1 은1 동1)이 한국보다 1개 많은 3개씩을 가져갔다. 터키(금1 은1), 영국, 이탈리아(이상 금1 동1)가 한국과 같이 2개씩 메달을 손에 쥐었다. 더 이상 투자와 관심이 없다면 태권도 앞에 붙어 왔던 '효자 종목'이라는 간판은 더 이상 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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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훈이 결승전서 고전하는 모습(위) / 김세혁 감독-황경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