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의 잠수함 투수 정대현(34,롯데 자이언츠)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정대현이 1⅓이닝 무실점 호투로 시즌 첫 홀드를 수확했다.
지난 9일 1군에 복귀, 1이닝을 3자범퇴로 처리하며 신고식을 마친 정대현, 당시에는 이미 점수차가 5점으로 여유있던 상황에서 롯데 데뷔전을 마쳤었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12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정대현을 투입할 것이다. 어제(11일)도 9회에 동점이 됐다면 정대현을 투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정대현의 구위가 올라왔다는 의미였다. 그러면서 "앞으로 1~2경기는 가급적이면 무리시키지 않을 예정"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대현의 위기상황 투입은 예상보다 앞당겨졌다. 12일 경기 선발이었던 라이언 사도스키가 4이닝만 소화하고 조기 강판됐기 때문이다. 내일이 없는 일요일, 롯데는 불펜을 총 가동하는 총력전을 시작했다. 5회 무사 만루 위기를 최대성이 넘겼고 4-2로 앞선 5회엔 이승호가 마운드에 올랐다. 여기서 이승호는 선두타자 최희섭에 2루타를 허용하면서 위기를 맞이했다.

이때 롯데가 빼든 카드는 정대현. 점수차는 2점, 무사 2루에 주자가 있으니 롯데로서는 반드시 막아야만 할 위기상황이다. 정대현으로선 롯데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맞이한 위기다. 여기서 정대현은 주자의 진루조차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피칭을 선보였다.
첫 타자는 최근 타격감각이 올라온 안치홍, 정대현은 연속으로 낮은 스트라이크 2개를 찔러넣어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었다. 결정구는 119km짜리 낮은 커브, 안치홍은 방망이로 건드리는데 급급했고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이어 차일목을 상대할 때도 정대현은 129km짜리 싱커를 스트라이크 존에 꽂았고 5구 만에 내야 뜬공으로 돌려 세웠다.
롯데 벤치에서는 나지완이 나오자 정대현에게 고의4구를 지시했다. 이어진 박기남과의 승부에서 정대현은 2구만에 간단하게 투수앞 땅볼로 이닝을 마쳤다. 정대현이 올라온 뒤 2루 주자 최희섭은 진루조차 하지 못했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정대현은 김선빈을 3구만에 좌익수 뜬공으로 요리하고 마운드를 이명우에게 넘겼다.
이날 정대현의 투구수는 21개, 스트라이크 14개 볼 7개를 기록했다. 고의 4구를 제외하면 17개 투구수 가운데 스트라이크 14개 볼 3개인 셈이다. 최고구속은 131km까지 기록한 가운데 정대현은 싱커와 커브 2개의 구종만 구사했지만 KIA 타자들은 정대현의 공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롯데에서 처음으로 위기 상황에 등판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겐 일상적인 일'이라고 말하는 듯한 무심한 표정, 그리고 침착함은 덤 이었다. 더불어 정대현은 롯데 유니폼을 입고 첫 홀드까지 수확하는 기쁨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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