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 "요즘 선발투수 나약해졌다" 일침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8.13 06: 20

"예전 선발들은 한 해 190~230이닝은 던져야 제 몫 했다는 소리 들었지".
현대 야구에서는 투수들의 철저한 분업화가 이뤄지면서 선발 200이닝을 넘긴 투수들을 찾아보기 쉽지 않게 됐다. 지난해 이닝 1위였던 LG 주키치는 187⅔이닝, 2010년 1위였던 SK 김광현은 193⅔이닝, 2009년 1위였던 KIA 아퀼리노 로페즈는 190⅓이닝을 각각 기록했다. 마지막으로 한 해 200이닝을 던졌던 투수는 2007년 두산 다니엘 리오스(234⅔이닝)였다. 토종으로는 같은 해 211이닝을 던진 류현진이 마지막이다.
자연스럽게 선발투수가 한 경기당 소화하는 이닝도 적어졌다. 특히 완투나 완봉은 더욱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롯데 윤학길이 통산 완투 100번으로 이 부문 1위 기록을 갖고 있는 가운데 현역 중에서 27회 완투로 최다기록을 가진 류현진은 이에 한참 못 미친다. 통산 완투순위로 따져도 30걸 내에 현역선수는 아무도 없다.

그래서 이제는 선발투수가 6이닝을 던지면서 3실점 이내로 막아내면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했다는 말로 제 몫을 다 했다고 인정해 준다. 여기서 1이닝을 더 던지면 '퀄리티스타트 +'로 이닝 소화능력이 있는 A급 선발투수로 인정한다.
이러한 최근 야구의 풍조에 KIA 선동렬 감독이 지적을 했다. 선 감독은 12일 광주 롯데전에 앞서 "요즘 선발투수들은 5이닝이나 6이닝만 던지고 나면 자기 할일 다 했다는 태도"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요즘은 한 해에 150이닝을 던지면 많이 던졌다고 하는데 예전 같았으면 (150이닝은) 쉬어가는 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 감독이 예로 든 것은 자신의 현역 시절이다. 선 감독은 프로 2년차였던 1986년 262⅔이닝을 던져 19완투 8완봉을 곁들여 24승을 수확했다. 평균자책점은 0.99. "내가 그 해 270이닝 가까이 던지고 나서 그 다음해 쉬엄쉬엄 던졌다. 그러고도 160이닝 넘게 던졌다"는게 선 감독의 설명이다. 1987년 선 감독은 162이닝을 던지며 14승 2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0.89를 기록했다.
이어 선 감독은 "예전에는 한 해 190이닝에서 230이닝은 던져야 한 팀에서 선발 노릇을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던지면 최다이닝을 기록한다"면서 "투수 분업화가 이뤄졌기에 당연한 결과다. 그렇지만 지금 선발들은 편한 걸 알아야 한다. 중간 투수들은 컨디션 조절할 시간도 없이 제일 고생한다"고 꼬집었다.
선 감독은 현역시절 프로야구를 풍미한 선수였으니 지금 선수들과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다. 선 감독이 선발 투수들에게 요구하고 싶은 건 '내가 한 경기를 책임진다'는 책임감이다.
cleanupp@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