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은, “한 걸음씩, 10승도 넘고 싶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8.13 10: 40

“어떻게든 10승을 넘어섰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러면 더 큰 선수가 될 수 있다고요”.
한 시즌 10승. 에이스로 군림하는 누군가에게는 당연해 보이는 기록이고 매년 그 해 최대어로 불리는 신인 투수가 치기어린 패기를 앞세우며 신인왕 타이틀과 함께 언급하는 단어다. 그러나 이 10년차 투수에게 한 시즌 10승은 조심스럽게 꺼내든, 그러나 앞으로의 기량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하나의 꿈이다. 두산 베어스 10년차 우완 선발 노경은(28)은 그 10승이라는 고지를 향해 정성들여 한 발 한 발 옮기고 있다.
올 시즌 노경은은 34경기 7승 4패 7홀드 평균자책점 3.43(13일 현재)을 기록하며 2003년 데뷔 이래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이미 한 시즌 최고 성적은 모두 넘어선 기록. 그것도 시즌 중 셋업맨에서 선발로 갑자기 전환한 데 대한 경기 당 한계 투구수와 관련해 생긴 우려의 시각을 모두 불식시키는 대단한 활약상이다. 선발로만 따져도 노경은의 성적은 10경기 5승 2패 평균자책점 3.22로 준수하다.

89⅓이닝 동안 사사구가 54개로 다소 많은 편임을 제외하면 선발로서도 충분히 위력적인 투구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노경은은 85개의 탈삼진으로 전체 투수 중 5위에 올라있다. 탈삼진 10걸 중 규정이닝 미만의 투수로는 강윤구(넥센)와 함께 유이하다. 기본적으로 구위가 얼마나 뛰어난 지 알 수 있게 하는 성적이다.
지난 3일 잠실 KIA전서 5회까지 무실점 호투를 펼치다 6회 김원섭-나지완에게 백투백 솔로포를 허용하는 등 6이닝 3실점으로 선발로서 제 몫을 했으나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던 노경은. 강판 후 노경은은 투수진 맏형인 김선우에게 조언을 구하고 또 값진 이야기를 들었다. 그 때 김선우는 노경은에게 “올해 어떻게든 10승 이상을 올려 진일보한 선수가 되어라”라는 따뜻한 말을 건넸다.
“어떻게든 올해는 10승 이상을 올려야 한다고. 그래서 한 단계 더 올라간 투수가 되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미국에서 10년 간을 뛰다 2008년부터 두산에서 활약 중인 김선우는 2009시즌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10승 이상을 거두며 선발진을 책임졌다. 2009년 타선 지원 속에서 11승을 올린 감이 컸다면 2010년 13승, 2011년 16승은 확실하게 에이스로서 활약을 펼쳤던 김선우다.
“기본적으로 제가 선발로서 제 몫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매 경기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요. 그리고 선우 형은 ‘만약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상대를 이겨내면서 타선을 믿고 던져 가능한 이닝을 많이 소화하는 선발이 되어라’라고 했어요. 그런 과정을 거쳐서라도 10승 이상을 올려야 한다고요”.
투수 분업화가 확실하게 자리를 굳힌 현대 야구에서 선발 투수의 한 시즌 10승은 ‘경기를 만드는 투수’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상대 타자에게 ‘7~8승 투수’와 ‘10승 투수’가 주는 이미지도 확실히 다르고 투수 당사자의 성취감과 자신감은 배가된다. 만약 그 10승이 타선 지원에 의해 상대적으로 높은 평균자책점에서 이뤄지더라도 이득은 충분하다. 투수가 타선을 믿고 공격적으로 던질 수 있는 만큼 앞으로의 경기력 호조도 기대할 수 있고 타자들의 뒤에 10승 투수가 버티고 있다는 점도 호재가 될 수 있다. 김선우가 노경은의 10승 달성을 바라는 이유다.
“어떻게든 올해 10승 이상을 거둬 내년에 더 좋은 투수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10승 기준을 넘고 나면 주위의 시선도 달라지고 무엇보다 제 스스로 더 클 수 있으니까. 앞으로 매 경기 퀄리티스타트를 한다는 자세로 열심히 잘 던져서 10승 고지도 밟아보고 싶어요”. 한때 아까운 유망주로 전락하는 듯 했던 노경은은 이제 ‘10승 꿈’을 조심스레 이야기하는 확실한 주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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