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행 김병현, 딜레마 해결과 넥센 4강 열쇠될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8.13 07: 20

4강을 향한 한 수가 될 수 있을까.
'핵잠수함' 넥센 김병현(33)이 불펜으로 전환한다. 지난 12일 열흘 만에 1군 엔트리에 등록된 김병현에 대해 넥센 김시진 감독은 "일단 불펜에서 대기하며 볼을 점검하게 될 것이다. 중간에서 던지다 괜찮다 싶으면 다시 선발로 들어갈 수 있다"며 불펜투수로 못박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넥센 팀 사정은 선발 김병현보다 불펜 김병현을 원한다. 과연 김병현이 자신을 둘러싼 딜레마 해결과 함께 넥센의 4강 열쇠가 될 수 있을까.
▲ 김병현 딜레마 해결될까

김병현은 올해 10경기에서 2승5패 평균자책점 6.70으로 기대를 밑돌고 있다. 특히 7월 이후 3경기 모두 패하며 평균자책점 13.50으로 난타당했다. 4강을 향해 매경기가 치열한 넥센으로서는 김병현에게 더 이상 선발 기회를 주기가 어려웠다. 결국 김시진 감독은 지난 2일 김병현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결단을 내렸다. 김병현이 빠진 선발 자리에는 좌완 파이어볼러 강윤구가 데뷔 첫 2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로 활력을 불어넣었다.
옆구리 통증에 시달린 앤디 벤 헤켄도 이번주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오게 됨에 따라 김병현의 선발 자리는 없어졌다. 그로서도 선발이 아닌 불펜으로 뭔가를 보여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메이저리그 시절부터 불펜보다 선발을 선호하고 고집한 김병현이지만, 그는 현재의 상황을 받아들였다. 김시진 감독은 "정민태 투수코치와 김병현이 교감을 나눴다. 본인도 '찬 것 더운 것 가릴 때 아니다'고 하더라"며 그의 백의종군에 한시름 놓았다.
 
▲ 넥센 중간 보강 시급하다
넥센은 불펜 평균자책점 3.99로 이 부문 전체 4위로 리그 평균 수준이다. 그러나 후반기에는 불펜 평균자책점이 4.94로 가장 안 좋다. 후반기 5승12패에 그치고 있는데 그 중 6패가 역전패였다. 블론세이브 2개 포함해 8회 이후 뒤집이진 게 2경기나 된다. 마무리 손승락의 블론세이브가 6개로 리그에서 가장 많은 것도 8개팀 마무리 중 가장 많은 29명의 승계주자를 받은 영향이 크다. 블론세이브 6개 중 4개가 동점·역전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저지른 것이다.
그만큼 선발과 마무리 사이를 이어줄 중간이 약하다. 김시진 감독은 "지금 중간에 경험있는 투수가 없다. 경험 부족으로 볼넷에 무너지는 경기가 많다. 경험 있는 투수가 필요하다"며 김병현과 함께 베테랑 이정훈도 같은 날 1군에 올렸다. 만약 김병현이 중간에서 1이닝씩 짧게라도 위력을 발휘하며 자리를 잡는다면 넥센에는 큰 힘이 된다. 넥센은 8회 실점이 54점으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김병현이 8회를 책임지는 필승조가 된다면 선발보다 더 큰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게 될 것이다.
▲ 관건은 결국 연투 능력
그러나 '불펜투수' 김병현은 너무 오래 전 일이다. 메이저리그 데뷔 초에는 특급 마무리투수로 활약했지만, 그것도 벌써 2003년으로 10년 가까이 지났다. 그 이후 그는 줄곧 선발로만 뛰었다. 10년 전 몸의 기억을 찾고 적응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김시진 감독도 "지금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쓸지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건 연투 능력이다. 하루 던지고 하루 쉬는 건 괜찮겠지만 주초에 던지고 며칠 쉰 다음 주말에 던지면 일주일 두 번밖에 못 나오는데 그럴 바에는 차라리 선발로 쓰는 게 낫다"고 했다. 적어도 일주일 3경기 정도는 나올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여전히 '불펜투수' 김병현에 대한 로망은 남아있다. 독특한 투구폼에서 배짱 두둑하게 위력적인 공을 뿌리는 너무나도 유능한 마무리투수였기 때문이다. 그는 메이저리그 시절 선발로 나온 87경기에서 25승35패 평균자책점 5.07을 기록한 김병현은 불펜으로 구원등판한 307경기에서는 29승25패86세이브 평균자책점 3.58을 기록했다. 특히 투구수 25개 이하시 피안타율은 2할2푼4리에 불과했다. 모든 기록은 10년 가까이 철 지난 것이다. 하지만 그 기대가 현실이 되면 넥센의 4강 진출을 향한 결정적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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