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주말드라마 ‘닥터진’이 지난 12일 조선시대로 건너왔던 의사 진혁(송승헌 분)이 다시 현대로 돌아가면서 3개월간의 안방 나들이를 마무리했다.
지난 5월 26일 첫 방송을 한 이 드라마는 시공간 초월을 소재로 조선시대로 떨어진 진혁이 사람을 살리는 의사로서 분투하는 내용을 담았다. 진혁이 의사로서 신념을 지키면 역사가 송두리째 흔들려 발생하는 혼란이 큰 얼개였다.
시청자들을 22회 동안 TV 앞에 모이게 만든 ‘닥터진’이 안방극장에 남긴 것을 되짚어봤다.

주말극=막장? 통례 깼다
‘닥터진’은 동시간대 방송된 SBS 주말드라마 ‘신사의 품격’과 함께 불륜, 막말, 충격적인 전개로 대변 되는 막장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주말 드라마로서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 드라마는 자극적인 소재로 중장년층만 노리는 대신에 시청률은 조금 아쉽더라도 전세대를 아우르는 길을 선택했다. 제작진은 조선시대에서 펼치는 현대 수술 장면을 흥미롭게 배치, 긴장감을 형성했다. 또한 권력을 향한 끝없는 암투와 남녀 주인공의 애절한 감정도 다양한 시청자를 흡수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흥선대원군 이하응(이범수 분)과 대립하는 안동김씨 수장이자 좌의정 김병희(김응수 분)가 펼치는 정치 담론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가운데 진혁이 조선이라는 시대적인 한계 속에 펼치는 의술은 손에 땀을 쥐게 했고, 진혁과 조선 규수 홍영래(박민영 분)의 감정은 애절하기 그지없었다.
사극 첫 출연만 3인...연기력 논란 없었다

‘닥터진’은 사극에 첫 출연하는 주연배우만 3명이 있었다. 이범수, 송승헌, 박민영, 김재중 중에 ‘성균관 스캔들’로 사극을 맛본 박민영을 제외한 남자 배우 3명 모두 사극이라는 장르를 도전하는 기회였다. ‘미친 연기력’으로 정평이 나있는 이범수는 차치하더라도 방송 전 송승헌과 김재중의 연기력에 의심을 품었던 것이 사실.
우려에도 불구하고 송승헌과 김재중은 각각 미래에서 온 까닭에 혼란스러워하는 의사 진혁과 상처만 잔뜩 가진 남자 김경탁을 무리 없이 그려냈다.
송승헌은 이번 ‘닥터진’을 통해 사극은 물론이고 폭넓은 감정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당당히 내보이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는데 성공했다. ‘보스를 지켜라’ 이후 안방극장 두 번째 작품인 김재중은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눈에 띌 정도로 연기력이 성장했다. 초반 다소 경직된 연기를 펼쳤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상처와 분노로 꽉 찬 김경탁 그대로였다.
‘대진운 불운’ 시청률 대박은 없었다
‘닥터진’은 경쟁작인 ‘신사의 품격’과 같은 날 시작, 같은 날 종영했다. 첫 방송에서 각각 12.2%, 14.1%(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 기준)로 출발한 두 드라마는 중반부 이후 ‘신사의 품격’이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시청률 격차가 벌어졌다.
‘신사의 품격’이 지난 달 22일 방송에서 24.4%의 최고 시청률을 찍을 때 ‘닥터진’은 11%에 그쳤다. 두 배에 달하는 시청률 차이로 ‘닥터진’은 상대적으로 ‘신사의 품격’에 비해 조명을 덜 받았다.
마지막 회 시청률은 더욱 아쉬웠다. 올림픽 중계방송으로 평소보다 20분 늦은 '신사의 품격'이 23.5%로 종영했지만 역시 같은 상황이었던 '닥터진'은 8.8%까지 떨어졌다.
다소 만족스럽지 못한 시청률은 워낙 경쟁작이 막강한데 따른 대진운 불운에서 볼 수 있다. ‘닥터진’은 시청률보다는 배우들의 열연으로 인한 호평, 시공간 초월 소재에 의학 드라마를 섞음으로서 신선한 장르를 탄생시킨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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