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넌 내가 보장한다" 김시진의 확신과 믿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8.13 12: 53

"쟤 올해는 무조건 괜찮다".
올초 미국 애리조나 서프라이즈 스프링캠프. 넥센 김시진(54) 감독은 외국인 투수 브랜든 나이트(37)를 보고는 성공을 확신했다. "쟤 올해는 무조건 괜찮다"고 장담했다. 장담은 현실이 됐다. 나이트는 올해 22경기 151⅓이닝 던지며 11승3패 평균자책점 2.32를 기록하고 있다. 다승 공동 2위에 평균자책점과 투구이닝 1위. 2012년 리그 최고 선발투수는 의심의 여지 없이 나이트다.
▲ 최다패 투수와 재계약 이유는

나이트는 지난 2009년 삼성의 대체 외국인선수로 한국 땅을 밟았으나 2010년 오른쪽 무릎 부상으로 시즌 중 퇴출됐다. 지난해 넥센의 선택을 받아 선발 30경기를 빠짐없이 소화하며 로테이션을 지켰다. 그러나 7승15패 평균자책점 4.70. 승보다 패가 두 배 더 많은 최다패 투수였다. 평균자책점 부문도 규정이닝을 채운 16명 중 15위. 퀄리티 스타트 14회에 비해 승운도 따르지만 않았지만 외국인 투수치고는 재계약하기에 분명 아쉬운 성적이었다.
하지만 넥센과 김시진 감독은 그를 버리지 않았다. 지난해 마지막 등판이었던 10월2일 목동 한화전을 마친 후 김시진 감독은 나이트를 감독실로 불렀다. 이 자리에서 김 감독은 "우리팀은 너와 재계약할 것이다. 단 조건이 하나 있다. 무릎 상태를 100%로 만들어라. 그러면 내가 너의 1년을 확실하게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명투수코치 출신의 김 감독은 무릎만 괜찮으면 나이트가 성공할 것으로 판단했다. 비시즌에도 이메일로 그의 무릎 상태를 체크했다.
▲ 튼튼해진 무릎과 정교한 제구
남자와 남자의 약속. 나이트는 올해 스프링캠프 첫 날부터 러닝과 번트 수비 소화하고, 힘 있는 공을 뿌리며 김시진 감독과 약속을 지켰다. 김 감독은 "작년 세인트피터스버그 스프링캠프에서는 러닝을 못했다. 제대로 뛰지를 못하니 매일 사이클만 탔다"고 기억을 떠올리며 "올해는 첫 날부터 러닝도 하고 번트 수비까지 할 정도였다. 작년과는 완전히 달랐다. '쟤 올해는 무조건 괜찮다' 싶었다"고 확신했다.
나이트는 지난 11일 목동 한화전에서 9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 완봉승으로 김시진 감독 체제 첫 무사사구 완봉승의 주인공이 됐다. 김 감독은 "작년과 가장 달라진 부분은 제구력이다. 무사사구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무릎이 좋아진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나이트도 "작년에는 무릎 상태가 100%가 아니라 투구폼이 일정치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무릎이 완전히 회복됐고 내가 원하는 곳으로 공을 뿌릴 수 있게 됐다"고 자신했다. 그의 9이닝당 볼넷은 지난해 5.1개에서 올해 2.5개로 절반 이상 줄었다.
▲ 김시진의 용병도 우리 식구론
과연 나이트가 다른 팀에 있었더라면 지금처럼 성공할 수 있었을까. 지난해 성적만 보면 올해 한국에 다시 오기 힘든 성적이다. 하지만 김시진 감독은 "외국인선수도 우리 식구"라며 길게 내다봤다. 팀 사정도 새로운 선수를 구하기 쉽지 않았지만, 최대한 기회를 주고 회복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작년의 나이트가 다른 팀에 있었으면 당연히 퇴출이고, 지금 이렇게 활약하는 모습도 볼 수 없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믿어주고 기다려준 넥센과 믿음에 보답하기 위한 나이트의 노력이 이뤄졌기에 가능한 성공이다.
이는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앤디 밴 헤켄에도 적용된다. 밴 헤켄은 캠프때만 하더라도 느린 구속으로 타팀에서도 의구심 가질 정도로 불안했다. 하지만 김시진 감독은 마이너리그 100승 출신의 밴 헤켄의 관록을 믿었고, 그는 19경기 8승4패 평균자책점 3.46으로 나이트와 원투펀치를 이루고 있다. 최근 옆구리 부상으로 잠깐 엔트리에 빠졌지만 이번주 복귀한다. 김 감독은 "나이트와 밴 헤켄 모두 정말 보기 드물게 순하고 성실한 선수들"이라며 흐뭇해 한다. 아마 나이트와 밴 헤켄의 마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남자는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에게 반드시 보답하게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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