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행 BK', 주도면밀한 관리 필요하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8.13 13: 05

“중간 계투로 나와도 1주일에 1~2경기 나오고 끝이면 도리가 없다”.
위기 때 연투도 가능한 몸 상태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특히 팀이 순위 경쟁에서 어느새 밀려있는 인상이 짙다. 그만큼 감독은 강한 자극제까지 뿌려가면서 핵잠수함의 성공적인 복귀를 기다렸다. ‘BK' 김병현(33, 넥센 히어로즈)의 1군 복귀와 중간계투 보직은 시점 상 넥센의 시즌 성적과도 연관되어 있다.
김병현은 우천으로 연기된 지난 12일 목동 한화전을 앞두고 투수 이정훈, 박종윤과 함께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그 대신 투수 김상수, 임창민, 이태양이 엔트리 제외. 김병현은 지난 2일 1군 엔트리 말소 이후 정확히 열흘의 재등록기한을 거치자마자 복귀했다. 당분간 선발이 아닌 불펜에서 대기하게 된다.

올 시즌 김병현은 10경기에서 2승5패 평균자책점 6.70으로 기대치를 밑도는 활약을 보였다. 이 가운데 계투 출장은 단 한 경기 뿐. 김병현은 국내 무대 첫 등판인 지난 5월 8일 LG전서 1이닝 6타자 3피안타 1실점을 기록한 후 열흘 후인 5월 18일 삼성전부터 9경기를 선발로 나섰다.
김시진 감독이 우려하는 부분 중 하나는 김병현의 연투 가능 여부다. 이미 지난 1일 SK전서 선발 3⅓이닝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된 뒤 이튿날 2군으로 내려갔던 김병현에 대해 김 감독은 “중간으로 쓰고 싶어도 체력 회복 속도가 느리면 어렵다”라고 밝힌 바 있다.
“중간 계투로 나와도 1주일에 1~2번 정도 밖에 나오지 못한다면 무소용이다. 체력 회복도 중요하고 멘탈적인 측면도 중요하다. 능력이 안 되는 데 메이저리그 출신이라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선수 본인도 시즌 전 훈련은 부족했는데 많은 기대 속에서 부응하려다보니 생각도 많아 스트레스도 컸을 것이다”. 열흘 전 팀이 위급한 상황인 만큼 비수 같은 이야기로 김병현에 대한 아쉬움을 가감 없이 표현했던 김 감독이다.
다행히 김병현은 2군행과 1군 복귀 후 중간계투 출장에 대해 팀을 먼저 앞세우며 각오가 되었음을 밝혔다. 김 감독은 “정민태 투수코치와 함께 미리 교감을 나눴다. 본인도 찬 밥 더운 밥 가릴 데가 아니라고 하더라. 팀 도움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간 투수 김병현의 적응에 대한 기대감도 살짝 드러냈다. 2일 2군으로 내려간 후 김병현은 퓨처스리그 3경기서 8⅔이닝 5피안타 4볼넷 1사구 7탈삼진 2실점 평균자책점 2.08로 호투했다.
지난 5일 LG전 선발등판 이후 9일 삼성전, 11일 KIA전에 구원으로 나와 불펜으로도 점검을 끝마친 김병현이다. 계투 두 차례 등판에서도 1이닝 이상 씩을 소화하며 하루 건너 계투 출장을 마쳤다.
문제는 ‘1군은 계투 요원의 일정 소화를 100% 생각해주며 등판 일정을 조정해주는 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올 시즌 넥센 계투진은 양적으로 그리 풍족한 편이 아니다. 부상에서 복귀한 우완 문성현이 계투진에 버티고 있고 앤디 밴 헤켄이 부상에서 복귀하면 한 명의 선발 요원이 계투진에 힘을 보탤 수 있으나 상대적으로 다른 팀에 비하면 계투진의 두꺼움이 얇은 편이었다. 마무리 손승락이 8회 1사나 2사에 오르는 경우도 잦았던 넥센이다.
이는 위기 상황에서 김병현도 연투를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초 깜짝 계약을 맺는 바람에 전지훈련 합류도 늦었고 실전 공백 등으로 훈련량이 많지 않았던 만큼 김병현이 연투 시 매 경기 공을 얼마나 던지는 지도 팀에서 주도면밀하게 체크해야 한다. 불펜 투수들은 마운드에 오르기 전 어깨를 풀기 위해 공을 던지는 개수도 적지 않은 만큼 코칭스태프에서 확실한 관리가 필요하다.
영웅을 타이틀롤로 삼은 영화나 만화를 보면 언제나 주인공은 최대 위기가 왔을 때까지 감질나게 나타나지 않다가 위급한 순간 적의 칼날과 총탄을 막아내며 위기를 막아낸다. 시즌 초중반 중상위권을 달리다 현재 시즌 전적 45승 2무 48패로 5위 KIA에 두 경기 반 차 6위까지 밀려난 넥센. 시즌 최대 위기를 맞은 넥센에 김병현은 계투 과부하 현상을 피하며 잠수함을 타고 올라온 히어로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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