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언더핸드다".
한화 송진우 투수코치는 5년차 투수 정대훈(27)을 '정통 잠수함'이라고 소개했다. 전형적인 언더핸드 투수로 팔 각도가 아주 낮다. 릴리스 포인트도 낮은데 볼끝 움직임도 많아 타자들이 치기 까다로운 스타일이다. 한화에 몇 안 되는 정통 잠수함 투수로 희소성이 있다.
정대훈은 올해 9경기에서 홀드 2개를 거두며 평균자책점 1.59를 기록하고 있다. 5⅔이닝 동안 22타자를 상대로 볼넷 4개와 몸에 맞는 볼 1개를 줬지만 안타를 1개밖에 맞지 않았다. 피안타율이 1할5푼9리에 불과하다. 처음에는 패전처리로 시작했지만 점점 중요한 순간에 원포인트로 기용되는 상황이 잦아지고 있다.

경남상고-동의대를 졸업한 뒤 2008년 2차 5번 전체 39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정대훈은 첫 해 1군에서 2경기 2⅔이닝을 던진 게 전부다. 이듬해에는 시즌이 한창이던 여름, 빗길에 자동차가 미끄러지는 교통사고를 당하며 중상을 입는 시련까지 겪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경찰청에서 군복무하며 전환점을 마련했다.
올해 2군 퓨처스리그에서 21경기 1승2패5홀드 평균자책점 4.13을 기록한 그는 지난달 13일 시즌 처음 1군의 부름을 받았다. 송진우 투수코치가 2군에서 1군으로 올라간지 일주일 만에 한대화 감독에게 추천해 그를 불러올린 것이다. 정대훈은 "2군에서 휴가가 시작되는 날이었는데 1군 통보를 받았다. 당연히 쉬는 것보다 1군 올라가는 게 더 좋았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1군 등록 후 패전처리로 시작하다 점점 중요한 상황에서 원포인트로 나왔다. 지난달 27일 광주 KIA전 김상현, 1일 잠실 LG전에서 정성훈 등 강타자들을 중요한 순간 삼진으로 돌려세웟다. 커브처럼 각도 큰 슬라이더가 먹혔다. 그는 "처음에는 1군이 오랜만이라 많이 떨렸는데 점점 자신감이 생긴다. 두 가지 종류의 슬라이더로 맞춰 잡는 피칭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진우 투수코치를 만난건 정대훈에게 행운이었다. 그는 "2군에 있을 때부터 코치님께서 '네 공은 누구도 치기 어렵다. 그러니까 절대 피하지 말고 자신있게 승부하라'고 하셨다. 그 말을 실천하려 한다"고 말했다. 송진우 투수코치는 "정대훈은 오리지널 언더핸드다. 볼끝 변화가 심해 타자들이 정타로 맞추기 힘들다"며 "지금은 짧게 기용하고 있지만 길게 던질 능력도 갖췄다"고 평가했다.
빙그레 시절 당대 최고의 잠수함 투수 한희민이 활약했던 한화는 그러나 이후 믿을 만한 잠수함 투수가 나오지 않았다. 2008년 불펜에서 고군분투한 마정길(넥센)을 제외하면 마땅히 떠오르는 이름이 없다. 때문에 올해 정대훈의 범상치 않은 등장이 어느 때보다 반갑다. 정대훈은 "남은 시즌 마지막까지 1군에서 활약하는 게 목표"라고 선언했다. 만 27세의 그도 이제는 한화 리빌딩의 한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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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