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라의 그레이 존]장미란의 ‘국민호감’ 비결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2.08.15 22: 54

2012년 런던 하계올림픽이 12일에 폐막했다. 감동적인 선수들의 경기 장면 하나하나가 다 기억에 남겠지만, 이번 올림픽의 가장 아름다운 경기는 단연코 장미란의 경기였다.
장미란은 역도 75kg이상급에서 4위를 기록했다. 그 동안 많이 알려졌다시피 올림픽 출전 당시 장미란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고생을 했고, 부상으로 자신의 기량을 펼치기에는 역부족인 상태였다. 올림픽을 앞두고 많은 사람들은 장미란의 메달소식을 기대했었지만, 정작 자신은 올림픽 무대에서 최선을 다할 생각 이상의 기대를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로 만 29세인 장미란은 전성기 때 모습을 보여주기에는 다소 많은 나이였다. 20대 초반의 파릇파릇한 후배 선수들이 장미란의 기록을 갈아치우며 압박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2연패 도전을 꿈꿨고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하지만 체력의 부담을 덜어 주기는커녕 큰일을 앞두고 교통사고 후유증과 부상에 시달리는 불운 속에서 대회를 준비해야만 하는 장미란의 마음은 정말 한없이 복잡하였을 것이다.

고통스러운 신체와 마음을 다잡으며 연습을 하는 것이 매일 눈물을 쏟아도 모자를 만큼 고되고, 불안하고, 길게만 느껴지는 시간이었겠지만, 장미란은 경기를 마치고 “올림픽을 준비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라고 말했다. 자신뿐만 아니라 가까이서 지켜보는 사람들마저도 마음이 아프고 고통스러웠을 그 시간들을 ‘행복했다’고 여기는 그녀의 모습은 정말 존경스럽다.
그리고 장미란은 또 다음 도전을 이야기하고 있다. 귀국해서 앞으로 있을 전국체전을 준비하겠다는 그녀의 자세는 그녀가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 현재 자신의 처지나 상황을 탓하고, 자신의 불운을 탓하고, 나이를 탓하고, ‘어쩔 수 없었다’는 그럴듯하게 보이는 이유를 대며 포기하거나 체념하고 회피하는 우리들의 그런 흔한 모습을 장미란에게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 자체를 감사하게 여기고, 도전의 결과 보다는 도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그녀의 자세는 그녀가 하루하루는 어떠한 마음으로 살아왔는지 느낄 수 있게 해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나, 교통사고가 발생한지 얼마 되지 않아 참가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나, 이번 올림픽에서 4위로 경기를 마쳤을 때나 장미란은 늘 한결 같았다. 자신이 이 자리에 지금 있는 것이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만 된 것이 아님을 알고 겸손하고 우직하게 지지해주시는 분들과 어떠한 순간이던 함께하려는 한결같은 모습은 지켜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오히려 좀더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응원해주면 좋았을 것이라는 반성까지 하게 만든다.
이러한 한결 같은 모습은 사람들로 하여금 더 장미란을 신뢰하게 만들고, 기회와 도전 자체에서 의미를 찾는 모습은 그의 어떤 행동이던 진심을 느끼게 만든다. 특히 장미란이 감추려고 하면 할수록 더 드러나고 마는 남다른 매력은 바로 그가 우리를 진심으로 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능력이다.
장미란이 자신의 경기를, 자신의 운동을 진심으로 대하는 모습처럼,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그렇게 진심으로 대하고 있다고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바벨에 남겨진 그의 입맞춤의 여운만큼 장미란의 진심은 우리들의 가슴을 앞으로도 오래도록 울리게 할 것이다.
/고려대 학생상담센터 상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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